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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Feb 13. 2018

너는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에 있지 않을 수 없다

기적수업 42과

제 42 과
하나님은 나의 힘이요, 비전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2. 하나님은 진실로 너의 힘이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은 진정으로 주어진다. 이는 네가 그것을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고, 네가 어디에 있든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을 지나가는 너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이 아니다. 너는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에 있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힘은 그러하다. 하나님의 선물은 그러하다.

며칠 동안 조나단과의 사이에서 아이에 대한 화두가 계속 올라왔다. 조나단은 정말 아이를 원한다. 그것도 가능한 많이. 내가 나이가 적지 않아 입양을 해서라도 많은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 역시 조나단과 같은 생각이었다. 가족이라는 품을 느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릴 때의 나의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성인인 지금은 나의 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우리 부모님 같이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아이를 갖는 것에 그렇게 열망이 있지는 않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가 없이 수행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다른 형태의 축복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우리가 돈이 없다. 내가 워크퍼밋 받은 후 일을 한다고 해도, 일단 현실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일반 회사에 취직하기는 어렵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므로. 물론 세도나에 그런 회사가 있지도 않거니와. 그래서 일을 한다면 우선 언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호텔청소나 설거지 같은, 소위 말하는 바닥부터 시작해야 할거다. 그리고 조나단이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그렇게 산다면 둘이 사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다.

다만 아이는 다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난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 내 삶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가난이 어떤 건지, 가난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가난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가난이 얼마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장 걱정되는 건 만약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하는 생각이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의료체계는 어마무시한 돈이 들어간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아이가 너무 열이 심하게 나서 병원에 갔는데 원인을 찾지 못해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었고, 이런저런 비용 다 포함해서 2억 정도의 병원비가 청구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그것을 평생 동안 갚아야 한다고. 극빈층이 아니었기에 그런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고.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조나단과 솔직하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그나마 만약 내가 아이를 낳으면 청소 일조차도 못할텐데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론 조나단이 하루 아침에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막연함에 한 생명을 맡기기엔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어쩌면 내가 조나단을 놓아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족을 꾸려 부양하는 게 이번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아이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러면 하루라도 빨리 내가 조나단을 놓아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 환경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다른 여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 그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조나단에게 화내지 않고 진심으로 조나단을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이게 단순한 내 고집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 있는 그분의 힘, 거기서 나오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으로 시집 와서 1년 만에 이혼녀가 한국에 돌아가는 게 당연히 반가울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곳 세도나를 너무너무 좋아라 한다. 느리지만 영어도 늘고 있다. 치유되어야 할 많은 더미들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강력하게 올라와서 힘들긴 하지만 그건 이 길에서 반드시 겪어내야만 하는 것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견뎌내고 있다.

그런데 며칠 간 조나단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못할 짓을 하고 있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나단에게 얘기를 했고, 당연히 조나단은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이게 정말 우리를 위한 주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펼쳐질 거라 믿는다. 오늘의 수업에서 말하는 것처럼, “너는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에 있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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