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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Feb 08. 2017

나는 왜 회사를 그만두는가

수없이 고찰하고 내린 결론,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하며 그만둬야지 생각하는 때는 단순히 내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보다

불합리한 구조를 끊임없이 목격할 때,

논리적인 근거나 절차는 온데간데없고 감정에 의해 결론지어진 일들을 실행해야 할 때, 

....

등등 외부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을 끊임없이 목격할 때,

서로 만나면 험담 아닌 얘기를 듣기가 어려울 때,

...

처럼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칠 때다.

우선 무력감, 즉 내가 이곳에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퇴사욕구가 솟구쳐오른다.

물론 어디든 내가 없다고 안 굴러갈 곳은 없지만,

내가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곳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회사 전체로 보면 나는 그 중의 작은 일부일 뿐이지만,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고, 그것이 회사에 기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신나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두 번째보다는 첫 번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두 번째가 더 중요했다.

내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태도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각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위해 움직인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진정 이해가 되고

내가 꼭 옳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냥 나와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란 건 존재한다고 믿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긴 하다.)

지금 직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어서

지금 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첫 번째가 더 크다. 

물론 그 둘을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직장생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자면 중요한 것이 소통 능력이다.

그런데 반대 의견을 자신에 대한 무시와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논리적인 반박이나 해명은 일절 하지 않으면서,

내가 시키는대로 안할거면 나가라는 태도의 사람과 일을 하노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고구마 먹다 체한 것 같은 증상을 경험하곤 한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최소한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점점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키는 일을 하면서 잉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에서 조금의 즐거움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는 게 기본적인 내 삶의 태도인데,

지금 환경에서는 나의 내공으로는 그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남을 탓하며 그만두는 일은 안하고 싶다.

환경을 탓하고 남을 탓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 놓인 것은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거기에 쓸 에너지가 있다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일에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4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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