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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Feb 08. 2017

일을 그만둔다는 것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것

6년 전, 왠지 이 일은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강사생활을 그만뒀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연히 여행을 가면 무언가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때만 해도 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때였기에, 여행기를 써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고, 

학원강사생활을 할 때는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하던,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주말이 있고 연차가 있는 '정상인'의 생활이 내겐 너무 즐거웠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냈고, 운 좋게 대표님 직속부서에 있으면서 대표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

그런데 팀이 커지고, 팀장이 오고, 위계질서라는 게 생기면서 나는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팀장이 교체되면서 뒤늦게 팀이 합류한 현재의 팀장은

다른 의견을 내는 것,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일처리를 했는지 설명하는 것을 

모두 본인에 대한 무시와 모욕으로 받아들였나보다.

어느 날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자기 말에 토 달지 말란다. 싫으면 그만두란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이 팀장을 설득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팀장이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

거기에 내 에너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때마침 어찌어찌하여 글로버셀러라는 것도 시작하게 되었고,

차라리 그 에너지를 여기에 쓰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게 예전에 강사를 그만둘 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대단한 회사는 아니지만, 정규직이라는 것!

그걸 놓기가 싫은 마음이 참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었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월세 내고 생활하고 그러면 저축도 거의 못하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왠지 안정감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얻는 안정감이 매우 컸던 것이다.

새삼,

대기업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좋은 조건을 놓는다는 건, 남들이 보기엔 객기일 수 있지만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둘 결심을 하고 회사를 바라보니 여러가지 다르게 다가오는 점들이 많다.

특히 사람들. 퇴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몇 년째 그렇게 같은 자리로 출근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을 용기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찌 보면 그것 또한 그들 나름의 용기일 수도 있으니까.

그만두겠다는 뜻은 존중하지만, 마음 내키면 언제든 다시 오라고 말씀해주시는 대표님이 계셔서,

그런 대표님과 2년 간 일할 수 있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내가 나중에 리더의 자리에 있게 된다면 대표님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리더의 본보기가 되어 주신 대표님을 만나서 참 행복했었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건,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뜻이다.

그 문을 열고 품위 있고 당당하게 나아갈 길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다시 맞이한 이 삶의 기회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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