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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Oct 31. 2015

당신의 결혼식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위선이 아니었으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쿨하게 당신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몸이 아파왔다.

내면으로 들어가다보니

그 안에 무감정이 있었다.

그 아래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가 있었고

당신과의 좋았던 부분까지 단지 감정성이었을 뿐이라는, 사랑 자체에 대한 부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다시는 그런 감정성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다짐이 있었고,

그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알 수 없는 짜증과 분노 무감정 등으로 삶에서 나타났다.

그것들을 제대로 보듬어안고 치유하지 못하니

몸의 이상으로 나타났고,

인간관계에, 일에 문제를 만들어냈다.


오늘

당신의 결혼식에 대해

남들에게 쿨하게 아무렇지 않다 했지만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않으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정직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당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사랑 자체를 의심하며 부정하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인간 사이에 불가능한 거라고,

난 그런 우스운 짓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실은 당신이 행복하지 않기를 바랐고,

예쁘기까지 한 당신의 신부가 못된 여자이기를 바랐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당신을 어떻게 축복으로 내 안에서 보내줄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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