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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May 07. 2023

1175일(20230506)

엄마는 서렌더 중

요즘 엄마는 아주 깊은 단계의 내맡김을 하고 있는 중이야.

얼마 전 엄마가 Daniel과 상담을 시작했지. 그 상담을 시작한 이유는 두 달 전쯤 네 앞에서 아빠에게 엄청마게 화를 냈었기 때문이지. 아빠랑 다투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네 앞에서 그렇게 악을 쓰며 화를 낸 건 아마 처음이었을 거야. 너를 그런 환경에서 키울 순 없었기에 어떤 식으로든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그 누구보다 믿음이 갔던 Daniel과 하기로 했어.


상담의 핵심만 얘기하자면, 그건 마치 신의 선물 같았어. 내가 바른 길에 있다고, 제대로 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따뜻한 위로였고 강력한 확신이었어.


그동안 나는 늘 내 분노가 우리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했어. 아빠가 늘 그렇게 말해왔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걸 진실로 믿어버린 거지. 그러니 항상 나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실이 아니었기에 나는 항상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상담을 통해 나와 아빠의 에고가 어떻게 이 삶을 흔들어왔는지 전체 그림을 보게 되니, 그동안 얼마나 내 자신감이 바닥이었는지, 자존감은 또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보게 됐어. 그걸 보는 것만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고 비로소 내 자신으로 다시 살고 있어.


그런데 내가 그렇게 변하고 나니 아빠의 에고가 참 많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더 나를 통제하려 하는 게 보여. 그래서 요즘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쉽지 않아. 너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믿어. 결국은 아빠도 스스로를 보게 되는 날이 올 거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둘 다 너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사랑과 기도로 그 과정을 살아낼 수 있을 거야.


오늘도 사랑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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