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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Dec 08. 2022

도련님, 아가씨 대신 이름 부르는게 해답이 아닌 이유

시형/ 시제, 형우/ 제우의 뜻

과거 시대는 지금과 너무 달랐다.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비천하다고 여기는 시대에서는 남과 여를 구분해야만 했고 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여자 따위가 쓰는 호칭은 그다지 적절하거나 세밀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보통 다리가 없거나 다리가 4개 이상 달리고 날아다니거나 기어 다니는 것은 모두 벌레라고 부른다. 하지만 벌레를 조금 더 알게 되면 놀래기, 노린재, 자벌레, 쥐며느리 등 각각에 걸맞게 부르는 이름이 있다. 하지만 관심 없고 징그러워하는 사람들은 이름 따위는 상관없을 뿐 아니라 곤충과 벌레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성가신 작은 생명체는 그냥 다 벌레다.


마찬가지로 사회 주류가 아니었던 여성이 쓰는 호칭도 적절하지 못하게 너무 대충 가져다 막 쓰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옛날에는 여성이 천대받던 시대 배경으로 인해 여성이 사용하는 호칭이 인격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을 낮추어 적당히 가져다 썼다고 하더라도 이제 시대가 선진화돼서 여성의 평등과 존엄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만큼 여성이 결혼 후 맺는 인간관계와 호칭에도 관심을 갖고 적절한 명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말 사전과 옥편을 오가며 오랜 궁리 끝에 결혼 여성들이 시가 형제를 부르는 호칭을 만들어 봤다.


" 기존의 형님, 아주버님 등 남편의 손위 형제는 남녀 구분 없이 시형(媤兄) 또는 부형(夫兄).

   기존의 도련님, 아가씨 등 손 아랫 형제는 남녀 구분 없이 시제(媤弟) 또는 부제(夫弟). "


시집 시(媤)를 써서 시가의 형과 아우라고 칭하거나 

남편 부(夫)를 써서 남편의 형과 아우를 칭하는 것이다. 


시형, 시제(혹은 부형, 부제)의 근거는 남편이 나의 형제를 부를 때 나와의 관계를 떠올려 처형(아내의 맏이), 처남(아내의 남동생), 처제(아내의 아우)라고 하듯 같은 맥락에서 부르면 헷갈리지 않고 연상하기 좋을 것 같아서다. 


성별을 가리지 않아 단순해서 좋다. 시대가 단순해지고 남녀의 구분도 별 의미가 없으니 조카를 일컬을 때 남녀를 가르지 않고 그냥 조카라고 부르듯 남녀를 가르지 않고 연신내 시형, 작은 시형, 둘째 시제, 막내 시제, 다감 시형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갈수록 가족 수도 적어지니 시형, 시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니 호칭 앞에 붙일 말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오라비의 계집이라는 어원의 '올케'역시 알고는 부르기 뭐하다. 시가의 형님들이야 어원을 찾아보지 않고서 그 뉘앙스를 깊이 느끼지 않았겠지만 나는 알게 된 이상 내 동생 아내에게 올케라고 부르기가 싫었다. 


올케 언니는 더 하다. 여자가 시집가면 시가의 언니를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집에 시집 온 언니는 형님이 아닌 오라비의 여자라고 칭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남동생이 형의 아내를 형수라고 하니 똑같이 호칭하거나 굳이 남녀를 구분해서 형수는 남자들만 써야 한다면 여동생은 오빠의 아내에게 형님이라고 말하는 게 양가 형평에 맞다. 


새언니에게 형님이라고 말하는 게 혹시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남자 집안은 어른이고 여자 집안은 아랫것이라서 시집가서는 손윗사람에게 형님이라고 하고 시집 온 손윗사람에게 형님이라 하기 언짢다면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집온 사람에게 남자 형제들과 같이 제수, 형수 할 수도 없고 시가와 똑같이 형님, 동생 할 수도 없다면 이런 제안을 해본다.


오빠의 처는 형우(兄偶)

남동생의 처는 제우(弟偶)


형의 배우자라는 뜻에서 짝 우(偶) 자를 사용한 것이다. 배우자라고 할 때 쓰는 '우'자이기도 하고 흔하게는 우정이라고 할 때 쓰는 벗 우(友)와 소리가 같으니 동기로써 가족으로 맞이하는 마음도 평화롭고 따스하다고 생각된다.





'호칭은 그냥 말 일 뿐인데 대충 하지?'

'그냥 이름 불러도 된다니까 이름 부르면 되잖아?' 

'혼자 호칭 정한다고 그게 호칭이 되니?' 

마음의 소리가 질타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호칭을 조사하면서 호칭 문제는 유별난 나만 느끼는 어려움이 아님을 알았다.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를 부를 때마다 껄끄러워 호칭을 생략하거나 시가 식구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나처럼 적당히 쓰고는 있지만 매우 불편하다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많은 여성들이 축복과 같은 결혼에 맞닥뜨려 호칭 문제로 많이들 힘들어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어 아우성치거나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면서 암암리의 불쾌함으로 시가에 대한 불만 게이지를 높이면서 시가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이어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게 생각됐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적절한 호칭이 생겨야만 한다고 이 연사 소리 높여 글 쓸 용기를 냈다.


사이트를 서치 하다 보면 일각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게 편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관계 호칭이 없어서 이름만 부르는 건 가족 친화적이 않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세 가지 면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적절한 호칭이 필요하다.


첫째. 서방님이라는 호칭이 대체제가 없어서 이름을 부르면 나는 형수라고 불리면서 나만 시제에게는 이름을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건 갑자기 너무 살가워지는 것 같아 오글거린다. 적절한 호칭을 통한 적당한 거리감이 절실하다. 


둘째. 남편과 시가 이야기를 나눌 때 적절한 호칭이 없으면 '당신 동생'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 가정을 이룬 우리 부부의 거리는 너희와 우리로 훅 멀어지고 부부가 원가족끼리 본 팀이 되어 너희 식구, 우리 식구로 나누는 의미가 되니 이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셋째. 타인에게 남편의 형제를 이야기할 때도 관계를 칭하는 호칭이 없다면 기존의 호칭을 가져와야만 대상을 지칭할 수 있기 때문에 평등한 새 호칭이 꼭 필요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남편의 형제들에게 쓰는 호칭이 불평등하다는 이유로 호칭 없이 이름 부르는 것이 호칭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평등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 편할대로 이름을 부르더라도 아가씨, 도련님을 대체 해서 남편의 형제를 부르는 적절하고 평등한 새로운 호칭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아주버님, 형님            -> 시형 

:::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 시제 

:::  올케언니                    -> 형우

:::  올케                          -> 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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