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세에 자가격리를 두 번이나 하며 코로나가 코 앞에서 몰아붙이던 중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네 아이 학급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걱정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며 생각하니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정말 없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역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가 내 일로 닥치니 막막함이 더한 듯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중이라 더 괴롭고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친구에게 아이가 아닌 아빠를 격리하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나만의 무식한 방침도 알려주며 위로를 전했다.
"이미 서로 물고 빨고 끝났잖아. 아이들 컨디션 좋고 밖에서 마스크 잘 썼다면 그저 별일 없길 바라면서 엄마 판단 아래서 격리 수준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의 격리 지침은 영유아를 이해하는 방침은 없는것 같아. 결국 엄마 선택이 일 수밖에. 엄마 태도는 애들한테 영향이 크니까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격리 기준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스트레스 너무 심해 졌을 때 '코로나 시국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이제 겪을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겪을 수 있다'하고 현실 받아들이니 좀 났더라. 자가격리의 허술한 점 어떻게 해보려고 하기보다 그냥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생각하니 좀 나았던거 같아. 힘내"
친구는 코로나 초기 확진자가 3~400명이었을 때 무서워서 아무 데도 안 다녔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이렇게 7~8,000명이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겁 좀 덜 내고 좀 더 일상 누릴걸 하는 후회 밀려온 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미디어 넘어 우리 코 앞에 와닿아있는 바이러스의 위엄이 실감됐다.
지난번에는 초등학교 다니는 첫 째네 반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확진자를 확인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려는 초조한 노력들을 경험했었다. 검사 결과를 학급 소통방에 공유하는 모습을 본 어떤 부모는 '음성 판정이 다행스러워 자랑하듯 올릴 수 있겠지만 양성 판정 부모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양성자가 추적될 수도 있으니 아이들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나 역시 처음 자가 격리했을 때 마인드 세팅이 되지 않아 심각하게 방황하고 괴로웠어서 원망, 공포, 불안, 초조감을 느낄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지난 경험에서 얻은 배움이 있어던 터라 주의를 요청한 부모님과는 조금 다른 내 생각을 다른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었다. 모두 자가격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장문의 톡을 올렸다.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 다행입니다.
애들은 전 날 누가 검사받으러 갔는지 알아서 스스로 대충 알고 있어요. 부모님들도 불안 떨치기 위해 감염 여부를 여러모로 확인하고 있고요.
조심스럽지만 제 생각은
아이들이 다시 만나 이름을 언급하지 않거나 모른 척 하기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격려하고 회복을 축하하고 마스크 더 잘 쓰고 조심할 기회로 삼으면서 어쩔 수 없는 코로나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안내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다수의 배려를 받는 것보다는 괜한 죄스러움이나 속상함을 편하게 전하고 감염이 죄가 아니라는 공감대 나누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부모님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인듯해서 허심탄회한 생각 나눠 봤어요^^;
다른 지역 학급에서는 치료 마치고 돌아온 친구를 구박하고 바이러스라고 때렸다는 말에 입이 벌어지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누구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됐다. 격리 기간에 가정에서 확진자를 원망하는 태도가 만연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됐다. 다행히 많은 부모님들이 내 글에 공감해 주셔서 내 아이 친구들은 감염을 죄 시 하고 친구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태도를 부모로부터 배울 일은 없겠다 싶어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는 누구라도 자기 면역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감염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 이웃에게도 감정적이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만에 하나 자신도 감염되었을 때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죄인 됨에 빠지지 않고 자기 회복에 집중할 수을 것이다.
이미 우리 곁에 매우 가깝게 와 있는 코로나. 백신이 효과가 있네 없네, 변이 확산이 심각하네 약하네 말도 많지만 코로나와 함께 산 2년의 시간은 우리 각자에게 정신적이건 면역체계 적이건 일말의 단단함을 만들긴 한 것 같다.
2022년 지금 우리는 과한 만남을 자제하고 손 잘 씻고 물 많이 마시고 마스크 잘 쓰는 물리적 습관뿐만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기도와 격려의 마음을 품는 것은 이웃은 물론 혹시 모를 자기 불행을 이겨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 확진자에 대한 괜한 원망 거두고 쾌유 기원하고 내가 확진 되도 죄의식 없이 회복에 힘쓰고 면역 기르기' 같은 생각의 습관도 함께 가꿔서 코로나가 없어지던 같이 살던 간에 몸과 마음 그리고 공동체도 안전하게 성장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