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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행복한 A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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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Mar 28. 2022

찌질과 허술의 차이를 알아?

주의력 결핍장애(ADD) 탈출기

정리가 안되고 어수선한 사람.

이야기가 장황해서 의사 전달이 잘 안 되는 사람.

강렬한 시작 에너지에 비해 마무리가 미약한 사람. 

작은 계획마저 차분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사람.

하나에 꽂히면 중요한 일을 모두 미루고 결과를 망치는 사람.

세상의 개요가 잡히지 않고 난잡해서 매사 예측이 어렵고 두려운 사람.

타인의 상황이 공감되지 않아 일상적인 인사가 허례허식일 뿐이라 느끼는 사람.

진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고 약속에 늦는 사람.


이런 특징을 갖는 사람을 신뢰하고 존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게 만약 자기 자신이라도!


주의력결핍장애(ADD)를 겪는 사람은 위의 특징들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바를 차분히 성취해 내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그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포커스가 왔다 갔다 하는 장애보다 더 큰 장애를 갖게 된다.


의도하고 성취하는 주도적 삶을 살지 못하고 허술한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너는 사람을 무시하고 고집스럽고 노력을 안 한다. 정신머리가 틀려먹었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기 쉽다. 부정적으로 단정 저어지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다 보면 자책과 죄책감에 빠져 '나'라는 존재 자체가 무능하고 쓸모없다는 자아상을 갖고 살게 된다. 


그거고는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기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아무렇게나 대하며 이대로 행동하면 내가 상처받을걸 알면서도 상황을 피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난처한 상황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자기 삶에 희망을 갖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게 내 삶의 주인으로써 내 삶의 의미를 우선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에 반항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게 된다. 


더군다나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못난 나를 들키지 않으려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로 삶을 산다. 아무런 자극도 없이 홀로 고요한 시간을 가질 때 조차도 흐릿한 초조함을 거두지 못한다.


ADD를 겪는 사람들은 결국 어수선하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허술한 사람을 넘어서서 점점 하극상이 되어간다.


자신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마음으로 자책하며 살아가는 사람.

자책, 자기 비하, 죄의식, 수치심, 혐오와 열등감에 빠져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으로 세상과 공감 나누지 못하고 왜곡된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

세상을 이해하지도 이해받지 못하는 이방인 같은 사람.

자격지심에 날이 서서 항상 억울한 사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도 타인을 사랑할 여유도 없는 혼자만의 유리방에 갇혀 사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 글을 읽으며 속이 비틀리거나 위로감을 느낀다면 ADD일지 모른다.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ADD는 본래 찌질해서 허술한 게 아니고 허술해서 찌질해졌다는 것이다. 그게 뭐 그리 큰 차이겠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원인과 결과로 나누게 되면 빠져나올 길을 찾을 수 있다.


허술함은 뇌 기능적 문제로 단박에 고치기 어렵지만 찌질함은 나를 못난이로 여기고 믿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태도이니 환경을 세팅하고 얼마의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벗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허술하다. ADD의 허술한 점도 스스로 수용하고 도움받으며 살겠다 마음먹으면 된다. 하지만 찌질한 사람은 도울 방법이 없다. 우린 원래 찌질하지 않았다. 단순히 허술하기만 한 사람에서 비뚤어진 사람으로 변이 되어버린 나를 돌아보자. 


소통하지 못하고 숨겨온 부끄러운 자기 모습이 까발려지면 당황스럽지만 글을 통해 엉겁결에 밖으로 빠져 나온 것이 속 시원하기도 할 것이다. 당신 같은 사람이 당신 말고도 더 있다는 연대감과 안도감을 위로 삼아 자신을 사랑해 볼 용기를 갖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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