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씨,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분명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결에 지쳐서는 우울감, 자괴감, 의기소침에 빠져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면 한심함이 몰려온다. 마음이 옹졸해져서 괜찮다는 위로조차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하고 그저 내가 귀찮아서 그저 그렇게 처리해 버리려는 것만 같다.
손 놓고 사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면서도 어느 결에 짙은 우울에 빠져드는 걸 보면 내 안에 내가 잘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충분히 멋대로 살고 있을뿐더러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쉬지 않고 말해주면서 긍정의 메시지를 늘 품고 살지만 무기력한 상태로 자꾸 끌어 내려오거나 일상이 활기차지도 않고 어느새 우울의 늪에 빠져 있다면 끈질기고 강렬한 반대 에너지가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내 마음속에 숨어 살면서 나를 우울의 늪으로 끌어내리는 그 정체를 밝혀야 한다. 종이를 여러 장 버려가며 오랜 시간 끄적인 끝에 이건가 싶은 생각에 맞닿았다.
'나는 나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을뿐더러 나를 이루는 세상과 환경에 대한 기대와 믿음도 없는 것 같다.'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조심스레 내가 세상을 본질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적어봤다.
'세상에는 믿을 사람도 진짜 내 편도 없다.
사람은 지구에서 벌레와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은 욕망에 가득 차 비겁하고 잔인한 가치 없는 흉물이다.
나는 많이 부족하고 사람들에겐 피해를 준다.
자기 확신이란 고집이고 확신은 오해를 만들고 위험하다.'
깜짝 놀라 한 줄 한 줄 쓸수록 짧은 숨이 들이쉬어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솔직히 접하고 나니 과할 정도로 '할 수 있어. 괜찮아'라고 파이팅을 날리며 나를 끌어올리려고 안달복달, 우왕좌왕 지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그리도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자신 없어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자기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 타인의 부정 감정에 관여해 도와주고 싶었는지 내 안의 강렬한 끄달림의 정체를 찾았다.
나를 비롯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불쾌함이 너무 굳건해서 긍정적이려고 애쓸수록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불신과 부질없음이 더 강하게 당겨졌던 것 같다. 긍정적이려고 할수록 마치 올가미가 조여지듯 숨 막히고 치 떨리는 자괴감에 휩싸여 어느 결에 우울감에 흠뻑 빠져버렸던 것 같다.
우울의 원인은 그 사람의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태도가 잘못되서가 아닌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 인간의 존재를 내가 어떻게 정의 내려 품고 사는가에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정의 내린 그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동의할 수 없거나 잘못된 것이 느껴져 안타까울 수도 있다.
복잡한 마음속에서 오해로 점철된 부정적 신념을 꺼내어 차근차근 해결 방법을 찾아 행복해지자.
만약 당신이 ADD나 ADHD 혹은 이들을 양육하는 보호자라면 주의력 결핍자들이 주의력결핍의 문제 때문에 가족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고 늘 지적받다가 결국 스스로 무능하다고 확신하며 살아가면서 포용적이고 안전한 인간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겠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쉽게 우울해진다면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시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꼭 경험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