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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Nov 24. 2022

주의력 결핍자들아 힘내자!

어수선한 마음 힘들지?

주변이 어수선하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데 반해 생각과 말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거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면 그 일은 아마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의 끝을 보지 못하고 다음으로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계속 넘어가는 불안하고 어수선한 상태 속에 산다.

체계가 없고 혼돈이 가득한 당신은 주의력결핍자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것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런데 막상 나 같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체계다. 체계만이 어수선함과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다. 주의력결핍자에게 체계란 뜨거워서 만질 수 없지만 살기 위해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불씨와 같다. 주의력 결핍자의 아킬레스건인 체계적인 사고를 포기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체계는 여러 범주에 흩어져 있고 마무리 지음을 포함한다.


설거지를 할 때도 주방이 깨끗해질 때까지 치우고, 닦고, 헹구고, 말리고, 정리하고 버리는 체계를 지켜야 깨끗한 주방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치우긴 해도 안 치운 것 같은 주방에서 살게 된다.


외출을 할 때도 오늘 밖에서 할 일들을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챙길 물건을 체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뭘 찾는지도 모른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약속에 임박해서 부랴부랴 집을 나서고 정작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해 외출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열의를 다 하고도 부족함을 남겨 너와 나의 아쉬움을 사고 속만 상한다.


일상을 사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 체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리한다고 실행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정리마저 하지 않고 막연히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하고 하기 싫은 일은 무의식중에 수백만 개 변명을 떠올려서 오만가지 감정을 동원시켜 체계적이고 무게감 있는 일은 피하다 보면 쫓기듯 바쁜 하루를 보내고도 중요한 일은 고스란히, 켭켭이 짊어지고 우울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두려움을 발동시켜 만만한 일만 하려는 자기 자신을 남 보듯 혹은 장난감 앞에서 떼쓰는 아이 대하듯 담대하게 대하면서 해야 할 일을  체계에 따라서 그냥 해치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주의력결핍자는 보통, 남들보다 새로운 일에 뜨겁게 돌입하지만 꿈이 현실이 될수록 '훅'하고 꺼져 버린다. 자기 꿈에 체계가 생기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꿈일 때는 가볍고 아름답지만 현실이 되는 순간 체계라는 실체를 갖게 되고 체계의 숨 막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체계나 책임감 없는 또 다른 꿈을 잡고 싶어 지금까지 쌓아둔 손 안의 현실을 놓아버린다. 손을 놓는 순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해냈다는 자부심도 함께 날아가 버리고 '내가 그렇지'하는 빈정거림과 공허함만 남는다.


하지만 우린 알아야 한다. 체계를 두려워하는 습관은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 못된 마녀가 우리에게 꾀를 낸 절대 바꿀 수 없는 사악한 저주가 아니란걸 말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서, 마음의 힘이 약해서, 호르몬의 오작동으로 생긴 불편한 습관일 뿐이다.


주의력 결핍자는 약자일까? 환자일까? 같은 시대를 사는 보통의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하는 일을 많이 어려워하는 것을 봐서는 약자가 맞다. 도파민 조절 약을 먹어 도움받아야 하니 환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했으면 한다. 주의력 결핍이 어려움이고 고쳐야 할 병일 수 있지만 우리가 낙오자일 필요는 없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했던 비난과 불신은 체계를 감당하지 못함에 따른 결과였지 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다른 선택을 하면 다른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체계라는 불을 두려워 말고 라이터를 쥔 주먹처럼 나름으로 불을 다루며 잘 살아보자. 


주의력 결핍도 수많은 다양성 중 하나다. 주의력 결핍이라는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 그들 나름으로 겪고 있을 수많은 다양성과 어려움 중 하나일 뿐이다. 남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내가 내 안팍의 혼돈과 불안을 이해받고 싶은 만큼 그들도 그 나름을 이해받고 싶어 안달이다. 먼저 정신 차린 사람이 이해해 주고 베푸는 마음을 내면 승자가 된다. 


체계를 두려워하는 나를 인정하고 담담히 체계를 감내하면서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받고 싶은 만큼 타인의 어려움을 인정해주면 우리도 승리자가 될 수있다.


주의력결핍자들아 오늘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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