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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Mar 28. 2023

마흔에 정신과에 간 이유 2

나도 성취감과 불안 없는 쉼을 경험하고 싶어!

앞 선 글에서 정신과 진료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배움을 통해 내 상태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 갈수록 감정을 수용해 주는 수준을 넘어선 생활 습관, 공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나의 인지적 이해와는 상관없이 적절히 지도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스스로 감당되지 않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에서는 엄마로서 잘 해내고 싶은 바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양육은 아이들이 어릴 때 해결해야만 하는 기한이 있어서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이고 사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의 안녕과 행복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음의 중심, 안정감은 오래도록 간절했음에도 마감 기한이 없기 때문에 늘 미뤄져 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이들 좋은 습관 길러주는 급한 불을 끄는 김에 더 중요한 내 자아성취를 이루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럼 정신과를 찾은 다른 이유들을 계속 이야기해 보겠다.



정신 병원을 찾은 세 번째 이유는 나를 알고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다.


우선 ADD 그리고 양극성 장애가 갖는 삶의 어려움은 이렇다. 강렬한 꿈과 바람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나무라느라 쉼을 경험할 수가 없다. 쉴 때는 불안에 휩싸여 쉬지 못하고 집중이 필요할 때는 지금 해야 할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 때론 몰입하지만 나중에 필요한 원대한 그림을 그리느라 밤을 새우다 지쳐서 지금 해야 할 일을 결국 못한다.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하다 보면 성취도 없고 행복감도 적다. 몰입하지 못하거나 성취 없음 그리고 체계적인 돈 관리 어려움이 맞물려 결국 돈 없는 궁색한 삶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조증을 오가다 보면 내 생각이 결의인지 망상인지 스스로 구분이 어렵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겨울이 되면 죽음의 생각까지 오가는 통에 내 꿈과 가능성을 스스로 종잡을 수가 없다.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점점 없어져서 계획하는 바를 실행하는데 더 예민하게 굴고 결국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어느 결에 다시 지하를 파고 들어가 있다. 머리로는 돈 버는 방법을 알겠으면서도 실행을 미루다가 계속 돈을 벌지 못하고 궁색한 삶을 사는 아이러니에서 빠져들어서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이렇다.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면서 성취를 경험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도전 의지를 내세워 성과를 만들고 자연스레 금전적 여유도 생겨나는 삶. 죽기 전에 꼭 느껴보고 싶은 간절한 경험이다. 이 경험을 누릴 수 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도, 가장 맛있는 음식도, 가장 진귀한 경험도, 뜨거운 추앙도 다 필요 없다. 


내 삶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존중감 안에서 나름의 성과를 만들며 살고 싶어서 이제 그만 버티고 약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플라세보가 됐던 명상과 심리학을 넘나든 오랜 노력이 되었던 상관없다. 어서 빨리 엉킨 실타래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을 감당하며 나로서 만족하는 경험을 누리다 삶을 마무리하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네 번째 이유는 꿈을 이루는데 진료 경험이 도움 될 것 같아서다. 내 꿈은 명상&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나의 하루하루 삐걱거리며 살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명상&상담 센터를 운영할 조건을 갖추기 위해 30대에 요가 명상을 전공했고 40대인 지금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사 수료 후에도 석사, 상담사 자격 취득 등 갈 길이 구만리지만 치료를 통해 기능하는 인간이 된다면 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병원 진료를 통해 얻고 싶은 내 상태는 개운한 머릿속과 깔끔한 공간을 경험하고 해야 할 일에 몰입하고 꾸준한 실행을 이어가며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신과 진료를 결정한 이번 선택으로 자꾸만 지하로 되돌아오는 패턴을 끊고 꿈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이번 경험이 나중에 명상 센터를 운영할 때 좋은 모델로 활용되면 좋겠다. 마흔이 넘은 뒤늦은 치료 덕분에 다양한 연령에 걸쳐 공감하고 도움 줄 수 있을 테니 이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 경미한 조증을 겪으며 마음 기복이 심하거나 ADD로 인해 생각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분들이 이 글을 통해 공감받고 필요에 따라 병원 진료도 받길 바라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을지, 상담센터 예약을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치료되고 회복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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