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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Feb 16. 2021

부처님 손은 돈 달라는 건가요?

명상 공부하다 제5 원소를 만나다.

초등학생 때 하던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부처님이 손가락으로 동전 표시를 하며 '돈 있냐?'라고 물으면 예수님이 두 팔을 올리고 고개 갸우뚱하며 '나 돈 없다' 한다는 농담이었다. 그 뒤로 그런 농담을 나눠본 적이 없지만 부처상을 보거나 명상할 때면 종종 그때의 농담이 떠오른다.


농담에서 처럼 부처상은 대부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눈은 지그시 감아 코끝을 보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다리 위나 가슴 앞에 놓는다. 정말 이 손동작은 돈 내놓으라는 것일까? 늘 궁금했었다.


어린 시절 호기심 때문에 요가 공부를 하며 앎의 통쾌함을 경험한 부분이 바로 손의 동작, 무드라다.  


손의 무드라는 하나의 아사나에 머묾으로써 요가를 이루는 하타요가에서 비롯되었다. 하타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과 달을 말하는데 이름에 담겨있듯 음양의 균형과 화합으로 요가를 이루고자 하는 하는 것이다.


하타요가에서는 우리 인체는 불, 공기, 에테르( 기운 氣), 흙,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이 5 원소가 인간의 신체 활동과 관념, 태도,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손가락 다섯 개는 각각 5 원소를 대표하는데 엄지에서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불, 공기, 에테르, 흙, 물을 가리킨다.


즉, 손의 무드라를 통해 우리 몸의 원소 들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음식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맛을 적절히 가미하고 감미로운 향을 만들기 위해 가볍고 무거운 향을 섞듯이 손의 무드라를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확장시키거나 조절하기 위해 적절한 에너지가 연결되거나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무드라는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임으로 힘주어 잡기보다 집중하여 맞닿아 있게만 하면 된다. 신기하게 마음이 흩어지면 손바닥이나 손가락도 슬면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어떤 날은 기얀 무드라가, 어떤 날은 아빠나무 드라나, 바이라바 무드라가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드라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자세는 익숙할 것이다.


검지와 엄지를 붙여 불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얀 무드라'는 가장 익숙한 무드라이다. 정신적 평화와 기억력을 향상하고 우울감을 해소한다고 한다.


오른 손바닥 위에 왼 손등을 올려 아랫배 앞 쪽에 내려놓는 '바이라바 무드라'가 있다. 이 무드라는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초의식을 통일시킨다. 나의 경우 바이라바 무드라가 가장 편안해서 명상 시에 많이 하게 되는데 긴장이 많이 된 때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이 위에 올라오는 것을 경험한다. 일부러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며 정적 에너지가 동적 에너지를 진정시키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가슴 앞에 양 손가락과 손바닥을 일자로 붙인 합장 자세인 쁘라나마 무드라는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의 힘을 몸에 이끌어 오며 헌신의 무드라이다. 좌우 에너지가 폭넓게 만나서인지 쁘라나마 무드라를 하고 있으면 경건하고 자애로운 마음이 우러나오는 경험을 하기 쉽다.


손의 무드라의 효과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자세를 유지하고 수련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3분을 명상해도 손에 의식 없이 무릎에 엎어놓고 명상 할 때와 무드라를 취하고 명상을 할 때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때면 빠딴잘리와 더불어 우주는 에테르를 포함한 5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했던 유명한 선배, 기원전 470년 경 아테네에 살던 소크라테스라는 인생 선배의 말에 무게를 싣게 된다.


손의 무드라는 그 밖에도 흐리다야무드라, 아빠나무드라, 요니 무드라, 쁘라나 무드라, 슈니 야무드라, 링가 무드라 등 다양하다. 모든 무드라를 알지 못하더라도 편한 자세로 앉아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무릎이나 허벅지 위에 손목을 올려 엄지손가락에 다른 손가락을 한 개, 두 개씩 붙였다 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한 무드라를 직접 찾아봐도 좋겠다.


지식을 채우고 나니 문뜩 초등시절로 돌아가 유치하지만 당당하게 '아니, 부처님은 돈 달라는 게 아니라 불과 에테르가 순환하는 무드라를 하고 명상중이야'라고 말하고 새침하게 갈길 가는 나를 상상해 본다. 이런 상상은 그때 웃었던 것보다 더 웃기긴하다. 아는 것도 재미있고 당연함을 넘어서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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