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감정을 배워본 적이없어.

내 마음나도 몰라

by 송다감

'그만 뚝! 말로 해야지 울기만 하면 장난감 다 갔다 버릴 거야!'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이제 겨우 말이 트인 아이가 잘 놀다 말고 장난감을 꾹꾹 누르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서럽도록 아아앙 울기 시작했다. 대충 보아 장난감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몇 권의 육아서와 몇몇의 부모교육을 이수한 배운 엄마로서 아이가 울지 않고 말로 요청하도록 가르쳐야겠다는 각오가 선다. 내가 취한 행동은 굳은 얼굴을 장착하고 '울음은 통하지 않아 말로 해야 들어줄 거야'라고 협박을 한다.


이런 식의 아이와의 대치 상황은 엄마에게 편파적으로 기록된다. '고집쟁이 울보를 돌보느라 지친 부모의 고난'정도랄까? 나는 이 집 저 집 다니며 울 애기의 고집쟁이 울보 스토리를 통해 전쟁의 고단함을 위로받는다.


엄마의 요구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아이는 이제 겨우 '엄마 이거 뭐야' '내 거야' 정도의 소통이 가능할 뿐인데 엄마는 아이에게 지금 너에게 어떤 감정이 올라왔기에 눈물이 나는지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다스려 말로 전하라고 요구하니 말이다. 몇십 년을 다이내믹한 감정을 겪으며 살아온 나도 대화 중에 수가 틀리지만 뭐가 문제라서 화가 나는지 모른 채 폭발하면서 감정 자체가 낯선 아이에게는 울지 말고 말로 하라니!


아이들이 어릴 때 내가 하던 행동들을 돌이켜 보면 그때도 마음공부는 하고 있었지만 어디로 공부를 한 건지 너무 난폭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도 억울하긴 하다. 살면서 감정이 무엇이고 나의 감정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다. 더욱이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사람을 경험한 적도 거의 없는데 아이 감정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엄마가 되어야 하니 막막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사실 아이 마음뿐 아니라 나는 내 마음도 잘 모른다. 내 감정을 몰라도 여태 그럭저럭 살 수 있었던 것은 상황마다 대처해야 할 나름의 행동양식을 익히고 따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위기가 싸하면 내 감정 살필 필요 없이 허술하게 웃으며 문제없다는 뉘앙스로 상황을 넘긴다거나 뭔가 피해가 있겠다 싶으면 앞 뒤 안 가리고 신경질부터 내면 눈 앞의 불이익은 막을 수 있는 식 말이다. 내가 내 감정을 알고 나를 보살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되고 뒷 상황을 꾸역꾸역 감당하면서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살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부모 교육에서 감정에 대해 공부할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감정을 물으면'좋아요. 몰라요. 싫어요' 말고 다른 말을 모르는 사람. 감정카드를 보며 가, 나, 다 배우듯 내 감정을 겨우 골라낼 수 있는 사람. 그 상황이 어땠다는 자기 '생각'만 계속 반복하고 감정을 묻는 질문을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감정도 모르면서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헛발질을 하고 살고 있구나 안타까운 동질감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겪는 수많은 상황 속에 자기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 수 없이 화를 내며 지낸다. 그 감정이 일어나서 혹은 무시해서 생긴 결과도 알지 못하고 그저 쏟아지는 비를 맞는 느낌으로 내 행동의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어린아이들도 그러하다.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그 감정은 잘못된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이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모른다. 어린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비록 아직 내가 완전히 내 감정을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 감정은 알아차리고 격려하며 상처 남기지 않고 넓은 시야를 갖도록 돕고 싶다. 감정을 잘못 다룬 결과를 미리 생각해 보거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도 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까지 천천히 알려주고 싶다.


'장난감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 그럼 어떻게 해볼까?'


AI보다 어색한 말투지만 내 아이가 자기감정에 자연스럽고 당당한, 마음이 튼튼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연습한다. 이 연습이 부디 내 감정을 읽는데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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