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ke 사용후기
기존의 UI/UX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채팅 하나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해 버렸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나는 늘 고민했다. 버튼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알림 화면에서 어떻게 하면 노이즈를 줄일지, 방대한 정보를 보여줄 때 가독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하지만 'Poke'를 써본 순간, 내가 여태껏 쌓아온 지식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 같다는 서늘한 전율을 느꼈다.
Poke에서는 굳이 메뉴 깊숙이 들어갈 필요도, 버튼을 찾으려 헤맬 필요도 없다. 오로지 채팅만으로 버튼이 작동하고, 필요한 내용만 선별해서 알림을 받는다. 심지어 메일을 보내는 과정조차 앱 전환 없이 대화창 안에서 끝난다.
현재 나는 업무의 일부를 Poke에 맡기고 있다. 최근 디자인 협업 문의가 많아진 탓에, '웹사이트 디자인' 관련 메일만 필터링해서 받아보도록 설정했다. 광고와 뉴스레터로 가득 찬 지저분한 메일함에서 해방된 기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만의 루틴도 단 5분 만에 채팅으로 구축했다. 구독 중인 해외 채널의 소식, 경제 신문, 그리고 '물 8컵 마시기' 같은 소소한 습관까지. 이 모든 과정에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필요 없었다. 그저 대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리한 툴'의 등장을 넘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의 서막과 맞닿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AI가 질문에 답하는 '조수'를 넘어,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실행하는 '대리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가트너(Gartner)는 머지않아 대부분의 서비스가 자율적인 AI 에이전트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사용자가 버튼을 찾고 메뉴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비용'이자 '허들'이 되는 시대, 즉 ‘제로 UI(Zero UI)'의 부상이다.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뒤흔들린다. 이제 사용자는 기능을 '찾지' 않고 결과를 '요청'한다. 전문가들은 디자이너가 더 이상 픽셀을 옮기는 실행자가 아니라, AI가 어떤 윤리와 논리로 행동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설계하는 ‘시스템 아키텍트'이자 '맥락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가 보는 화면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익히 알고 있던 UX 방법론도 거대한 개혁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디자인의 본질은 화려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사용자의 의도와 AI의 액션을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비로소 화면 너머의 디자인, '대화의 맥락'을 설계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