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왁킴 Oct 26. 2021

초코케이크

친구의 방문



식빵같이 생긴 자그마한 자동차는

하얀 주차선을 무사히 벗어났지만,

커브를 돌 때는 꼭 벽에 닿을 것만 같아

조마조마했다.



'초보운전'이란 글씨를 붙이고

한 시간 거리를 쉼 없이 달렸을

식빵이의 뒷모습을 보며

고맙고도 따뜻한 기분이 되었다.



친구 덕에

냉장고엔 먹음직스러운 초코케이크가 생겼고,

내 아이에겐 홀로 와도 반가운 이모가 있다는 것,

내겐 내편이 되어 아이를 설득해줄 육아 동지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마트표 케이크인데 멀리서 온 친구 덕에 두 번째 먹는 아이러니



임플란트를 한다고

이를 여덟 개나 빼고도

내 앞에 와서 웃어준 친구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자라온 인연이다.



잔가지가 툭툭 떨어져 나가듯

새롭게 만나기도,

미련 없이 끊기기도 쉬운 관계들 속에서

아웅다웅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며

끈끈하게 이어온

인연이다.




애쓰지 말아라,

나에게 충실해라,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는

차갑고 이기적이고 방어적인 제목의 책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좀 더 느긋하고 구수하고

진득하고 정성스러워도 된다는

인간적인 에세이를 한 권 집어 든 기분으로-



그렇게 공들여서

언제까지나 그녀와 나는,

'우리'이기를-




오는 금요일과 토요일엔

아무쪼록 밤이 춥지 않기를-

공기는 서둘러 맑고,

단풍은 좀 더 곱게 물들기를

소망해봅니다.








#초코케이크 #손님 #친구 #방문 #인연

#우정 #동지 #관계




작가의 이전글 시가 좋아지는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