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이 아니라 (이런 말이 더 촌티나 보이겠지만.)
일을 보러 갈 때마다 최소한 한 끼는 서울에서 먹고 오려고 노력한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차가 너무 막히고 배가 고파 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애써 모른 체하고 용산 쪽으로 빠져 급하게 맛집을 검색했다. 여유가 많지 않아서 사진만 보고 목적지를 정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변을 두 번이나 돌고 겨우 한 자리를 찾아서 식당에 가니 웨이팅이 4명이나 있었다.
일단 번호를 등록하고 주변 식당을 보기로 했다.
정말 나 자신이 촌티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주택가 같았는데
맛과는 상관없이 예쁘게 생겨서 다 들러보고 싶은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젊은이들? 이 얼마나 많은지 모든 식당이 웨이팅이 필요했다.
결국 30여분은 보내고 대기를 걸어둔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리조토와 다른 메뉴 하나를 주문했는데 나오는데 30분이 걸렸다.
불안한 마음에 미리 네비를 찍어보니 집까지 가려면 1시간을 더 가야 했다.
발을 동동거리던 차에 드디어 예술작품같이 플레이팅 된 리조토가 먼저 나왔고 다행히 너무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뒤에서 직원이 두 번째 음식을 가지고 오는 게 보였다.
와~ 하며 즐거워하면서 리조토를 씹고 있는데 딱딱한 게 씹혀서 얼른 뱉어보았다.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혹은 버섯 끝부분인가 싶기도 했는데 마침 직원분이 오시기에 보여주면서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곧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오셨고 플라스틱 조각과 리조토를 회수하시면서 새로 만들어 주시겠다고 했다.
5-7분이면 나온다고 해서 다른 음식을 먹고 있음 금방 나오겠거니 했는데 역시 이번에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집으로 얼른 가야 되는데 싶은 마음이 들어 불안 불안해하는데 직원분이 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웬걸 리조토가 아니었다. 죄송하다며 해쉬브라운을 주신 것.
안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려서 소화가 다되어 배부른 차에 주시니 조금 부담스러웠다.
역시 맛은 있었고. 조금 있으니 리조토가 나왔다.
처음 것보다 양이 조금 적어진 듯했는데 그래도 맛은 최고.
못 먹겠다 생각했는데 주신 양을 다 먹었다.
아무튼 더 이상은 서울에 머물 수가 없어서 남은 해쉬브라운은 포장을 요청하고 계산을 하러 갔다.
음식 두 개에 에이드 한 잔을 주문했는데 삼만 원대가 나왔다.
계산이 잘 못된 것 같아 여쭤보니 죄송하다며 에이드랑 리조토를 서비스로 처리하셨다고.
너무 미안했다. 동시에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요식업은 아니지만 나도 서비스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데
고객감동은 이렇게 시키는구나 싶었다.
솔직히 처음에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을 때 생각보다 나는 화가 나진 않았지만 직원들의 태도가 바르지 않다고 느꼈다.
매니저 단 한 명만이 죄송하다고 했기에 사과가 부족했다고 느꼈고
음식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통보가 아니라
음식을 다시 내올지, 그냥 취소를 할지에 대해 고객에게 결정권을 주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문하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제공하기보다는 기존에 주문한 에이드정도의 메뉴를 무료로 제공해 주겠다고 말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조리한 음식도, 서비스 메뉴도 감사하긴 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
저렇게 많은 서비스를 주고도 이물질이 나온 리조토는 물론
에이드까지 무료로 제공하여 화룡정점을 찍은 것.
예상할만한 것에 더해진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진정한 고객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리뷰를 쓴다면 어느 누가 이물질에 대해 쓰겠는가.
심지어 차에 타 네비를 찍으니 40분으로 줄어있었다.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이 감동적인 소식을 전했다.
늦은 복귀에 살짝 화가 났던 남편도 다행히 씩 웃어주었고 포장해 온 해쉬브라운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마무리를 만들어준 직원분께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