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장난치는 줄 알고 내가 올라가자마자 계단을 내려가겠다고 짧은 다리를 쭉 내미는 둘째.
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다.
좁은 공간에서 얼른 몸을 돌려 아이 한쪽 손을 잡는 순간 갑자기 핑.
다행히 옆에 따라 들어온 첫째가 있어 얼른 둘쨰를 받아달라 하고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기절은 아니고.
순간 너무 어지러워 나도 자칫 떨어질 것 같아 매트리스 위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우와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질어질했다.
평소보다 급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렸는데
이제는 위가 꽉 막힌 느낌이 든다.
누웠다가 일어나서 명치 아래를 살살 두드려 트림을 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계속 답답한 느낌과 어지러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남편이 건넨 소화제를 마시고 바로 쓰러졌다. 눈을 감고 누웠는데도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다행히 그 와중에 잠에는 금방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천장의 조명이 GIF 움짤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를 반복했다. 너무 어지러운데 이대로 일어났다가는 왠지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언제까지 조명이 도는가 하고 지켜보았다. 체감산 2-3분은 계속 돌다가 어느 순간 움직이는 반경이 줄어들었다. 첫째 등교준비를 해야 하기에 가까스로 일어나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간단히 차려주었다.
버티고 버티다 너무 울렁거려서 아침을 먹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처음 보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딸아이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도 실은 무섭긴 했다. 속이 답답한 느낌도 여전해서 혹시나 '위암?' 하고 속으로 식겁하고 있었다.
아이에게는 괜찮다며 병원에 가면 나을 거라고 이석증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첫째 아이는 알아서 준비해서 등교를 했고 이제 곧 둘째를 꺠워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도저히 일어나 앉아있을 자신이 없었다.
차도 없는, 곧 출근해야 하는 친정엄마에게 SOS를 청했다.
엄마 도움으로 둘째를 겨우 준비시켜 어린 집에 데려다주러 밖에 나왔는데 오히려 찬 바람을 쐬니 어지러움이 덜 한 것 같았다.
내과를 가야 하나 신경과를 가야 하나 이비인후과를 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속이 확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속을 게워내었다. 어제저녁 이후로 12시간 이상 금식을 해서 그냥 투명한 물만 나왔는데 한 번 게워내고 나니 어지러움도 거의 없고 너무 상태가 좋아졌다.
그러나 30분 정도 지나니 슬금슬금 어지러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걱정된 엄마는 출근도 포기하고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내과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았으나 딱히 문제가 되는 곳은 없다고 했고 멀미약 정도를 처방받아 나왔다. 다음은 이비인후과로 직행. 점심시간에 걸려 대기를 하고 있는데 또 속이 울렁거렸다. 2차 게워내기가 끝나고 나니 곧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청력검사와 동공검사(?)를 진행한 의사 선생님은 이석증이 맞다고 하였다 다만 나이가 젊어 짧은 시간에 스스로 귀안의 돌들이 녹아내려 상태가 호전이 된 거라고.
치료를 받고 가라는데 이 치료가 되게 웃기다. 한쪽 귀에 진동이 오는 어떤 기구를 잠깐 댄 뒤에 1-2분 정도 한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며 멈추어 있게 하는 것이 다였다.
내과에서와 거의 동일한 성분의 약을 처방받아 2-3일간 경미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겪고 나니 신기하게도 멀쩡해졌다.
병원에 갔던 그날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열나서 아파 누워있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이석증의 어지러움은 누워도 어지럽고 움직여도 어지럽고 속은 계속 울렁거리니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