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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Feb 07. 2022

교통사고

휴유증


몇 년 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 

나에게는 굉장히 큰 사고였고, 

평생 못 걸을까봐 무서워하고,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던 일이었다. 


빨리, 정리를 했었어야 하는 건데,

일하고, 봉사하고, 육아하고, 

드라마쓰고,

이것저것 신경쓰느냐고

정리를 못 했다. 

아예 못 걸을 뻔 했는데, 

걷고 뛰게 된 게 어디냐며... 

그냥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 


빨리 정리하고 싶었지만, 

오랜 치료에도 발이 낫지 않자,

진짜 힘들었고, 스스로도 포기해버린 그런 일이었던 것 같다. 


오늘 자동차 수리점에 가서 사장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참, 세상 물정 모르고 

일만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 하나 소중히 챙기고, 건사하기보다

내 몸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인데도, 그 몸으로, 

뭐한다 뭐한다 하면서 너무 정신없이 다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봉사는 왜 해가지고...

그 와중에 또 누굴 챙긴다고...


사장님은 교통사고로 뒤에서 차가 박아서 코피를 흘렸는데

mri를 찍어보았더니 코피가 나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다 하셨다. 

사장님도, 먹고 사는 게 중요해서 사고로 다쳤는데도 

그걸 못 놓으셨다고 한다.


사람이 비명횡사하거나, 한순간에 가는 게 교통사고인데

내 몸인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 

걷지도 못하는데, 아이 챙긴다고 병원 입원도 못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어정쩡 시간만 흘러가게 한 

내가 미워졌다. 


그동안 먹고 사는 게 중요해서

내 몸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보다 다른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던 나날을 떠올려본다. 


대체, 난 어떻게 살아온 걸까. 

머릿 속에 온통 글 밖에 모르고, 일 밖에 모르고...

나는 헛살아왔던 게 아닐까.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내 감정을 돌아보는데 

몇 년이 걸렸다. 

알게 된 것도, 깨닫게 된 것도 많다. 


예전에는 참 겁도 없이 무모하게, 

앞으로만 직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게 많아질수록 겁이 많아진다. 


올해 끝내야할 숙제가 몇 개인지. 

발이 다 낫진 않았지만 

일단, 교통사고도 이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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