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이 새 날

결심 88일 차

by 러블리김작가


러블리 김 작가입니다

스무 살 수녀원에 들어가려던 저를

방송작가로 이끌어준

첫사랑 가족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17살 때 부모님을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되었어요

10대 후반 20대 초반

제 인생에서 제일 빛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그러다 그때는 세상 보는 눈이 바뀌며

모두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사랑하려 했어요

아프고 다치는 만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미워했어요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오래도록 사랑받는지도 모르고

미워했거든요

아빠도 첫사랑도.

그러나 더 큰 사랑을 받았음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게 아빠에 대한 미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안쓰러운 엄마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엄마 아빠의 인생이 모두 다 이해되고

안쓰럽고 고마울 뿐입니다

이제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

그리고 엄마를 안쓰럽게 생각합니다

엄마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잘 알게 된 거죠

한평생 지금까지도 가족 위해 돈을 벌고

열심히 사는 엄마

그리고 사랑으로 우리 두 모녀의 성격을

다 받아준 아빠

제가 가장 힘들 때 저를 도와주는 부모님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

타박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부모님


그리고 저에게 비난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첫사랑


부족한 저를 있는 그대로 포용해주고

이해해준 친구들 동네언니들


그리고 내 온 마음 다한 사랑...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와

서로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어려서부터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한 저로서는

엄마를 미워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었거든요

태어나 처음으로 제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

얘기했어요

그렇게 버티며 산지

가장 가까이 살면서도 몰랐던 거예요

너무 잘 살았대요 제가

너무 이쁘게 잘 살아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도 몰랐다고

엄마 때문에 아이 때문에

저는 아파도 쉴 수도 없었거든요

아프다 말할 수도

쉴 수조차 없었어요


인정 욕구

돌봄 욕구

채워지지 않은 채

제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주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도와주고 도와주고

끊임없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퍼주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랑이

점점 지치고

피폐해져 갔어요


마흔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인생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보려고 해요


그리고 사소한 얘기 사소한 감정까지도

다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아끼고 사랑해서 말 못 하고

꾹꾹 참아온 감정들

그 사람을 위해서 때론 쓴소리도 하는 게

정말 필요한 거라는 거 알게 됐어요


사랑하지만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못 받아서 미워하고

또다시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랑

그것이 사람. 인생인 것 같아요


올드보이 15년

9살 때부터 평생이지요

9살 때부터 평생 준비해온 일이니까요

이제는 떼려야 뗄 수도 없이 되어버린 글쓰기 삶


푸른 하늘

소중한 가족

사랑하는 사람

풀떼기만 봐도

너무 행복한 저...


잠깐의 휴식도 제게는 사치인가 봅니다


사람을 사랑해서 다치고

사람을 아껴서 그 죄를 뒤집어쓰고


다행인 건

너무 슬프고 아팠던 과거를

온전히 치유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15년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겠죠


사랑받기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안아주는 일

그게 제게 앞으로 남은 사명이겠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