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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모처럼 바람이 좋구나
우리 손 잡고 멀리 가자
잡은 손 놓지 말고
멀리까지 가보자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그러면 등 뒤로 잡은 손
숨기고 가야지
그래도 바람이 보고 있어요
손을 잡고서도 그리운 마음
얼굴 보고서도 보고픈 마음
강물에게나 실어보내자
바람에게나 날려보내자
오늘따라 바람 좋은 날
강물도 좋은 날
못 만나는 사이 네가 많이
예뻐졌구나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안부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바로 말해요.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바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해가 지려고 해요.
꽃이 지려고 해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가 울어요.
지금이에요.
눈치 보지 말아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그리웠다고 말해요
참지 말아요 우물쭈물하지 말아요
내일에는 꽃이 없어요 지금이에요
있더라도 그 꽃은 아니에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너에게 감사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단연코 약자라는 비밀
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는 일방적인 줄다리기
지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고
홀가분하기까지 한 게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지는 사람이
끝내는 승자라는 비밀
그걸 깨닫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바람 부는 날
두 나무가 서로 떨어져 있다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두 나무가 마주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서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바람 부는 날 홀로
숲속에 가서 보아라
이 나무가 흔들릴 때
저 나무도 마주 흔들린다
그것은 이 나무가 저 나무를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표시이고
저 나무 또한 이 나무를
쉬지 않고 생각한다는 증거
오늘 너 비록 멀리 있고
나도 멀리 말이 없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고
서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목련꽃 낙화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 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둘 셋이서 피어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둘 셋이서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사랑만이 남는다
누군가, 나보다 나이 젊은 사람이 인생에 대하여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도 사랑이고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랑하지 못해서 우울하고,
사랑하지 못해서 슬프고,
사랑하지 못해서 불안하고,
끝내 사랑하지 못해서 불행했던 거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사랑한 사람에 대한 기억보다도
자기를 사랑해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더 아름답게 하는 거라고.
이 또한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못 잊습니다.
받은 사랑을 오래 기억하는 까닭입니다.
사랑만이 답입니다.
사랑만이 남습니다.
하므로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합니다.
사랑은 결코 무지개가 아닙니다
우리 가까이 우리 가슴에 늘 준비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