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이 새 날

결심 93일차

by 러블리김작가



러블리 김작가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제 마음에 대해

들여다보고,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9살 때부터 작가란 꿈을 꾸고

작가가 되기 위해 30년...

뒤로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살아왔어요

작가가 되기위해 9살 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날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돌아보고...

그렇게 살다 보니

어려서부터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타고

전국글짓기대회에서 상을 타고

교수님들에게 인정받고

방송작가피디들에게 인정받고

그렇게 방송 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그렇게 열심히 산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어요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고

엄마가 제 방송을 볼 때 제일 행복해보였거든요


처음 아기를 낳았을 때는

사실 아기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계 때문에 임신 했을 때도

아기 1살때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제 돈으로 집을 사기 전까지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방송일하고

드라마쓰고 아이 키우고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글을 쓰기가 숨이 막히는 시간이 찾아왔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드라마를 더 집중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성당봉사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 아이와 아이들 친구들을 돌보았어요

제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무언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게 무엇일까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되어요

일 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수다떠는 것도 좋아해요

일을 잘 벌리는 스타일인데...

머리쓰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주말에 카페 사장인 아는 언니를 통해서

성당으로 1일 뷔페아르바이트를 다녀왔어요

성당에서 하는 자모회봉사랑 똑같았어요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을 했고

사장님이 80년대 스탈이시라

직원 대우도 없고 막말도 너무 하시더라고요

원래 이 일은 힘들어도 재밌다며

사장님을 오늘 잘못 만났다고 직원들이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일은 원래 다 힘든 것이지만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한 방송일은 힘들었지만

하면 할수록 보람도 있고

존경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고생이 싹 씻겼었거든요

제 삶의 낙이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너무 일을 시켜대시니까 서럽더라고요

돈이 많아도,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하루에 그 일로 2~3천 만원을 번다면서

직원들 페이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2타임 근무에 청소까지...

너무 부려먹더라고요

원래 제 몸값이 비싼데.

거기다 직원분들에게 막말까지...

그분을 보고 있자니 쌍팔년도를 보는 것 같았어요

1일 알바갔다가 사장님 잘못 만나서

우울증 도질 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다 잘 챙겨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고 재밌었어요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은

노동인 것 같아요

몸은 힘들었지만 일은 아주 좋았어요


또, 37살때까지는 엄마 밖에 모르고 산 효녀였는데

제가 엄마를 많이 속상하게 했어요

엄마에게 더 잘해야지 생각도 했고요

지금까지 매일 성실하게 일하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몸살이 나서 뻗어있는데

오전에 김선생님께서 카톡이 와 계시더라고요

제가 드라마작가가 되길 매일 기도하고 계시다면서.

정작 당사자는 작가 일이 들어와도

요리 조리 피하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고 있는데

주위에서 저를 위해서 기도하고

제가 잘 되길 바래주시니까

너무 죄송했어요

카톡 답문도 못 드린 채

멍. 생각에 빠졌습니다

요즘 저를 챙겨주는 사람들은

작가 피디님들이네요


방송작가일을 해서 모르고 살았는데

늘 친구들이 많아서 몰랐는데

제가 많이 외로웠나보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어릴 때부터

일만 하고 봉사만 하고 제 걸 나눠주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왔지

행복하게 살아오지 못했더라고요

나눠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때되면 챙기고

나눠주고 베풀고 챙겨주고

그런 걸 좋아했으니까요


그나마 젊을 때는 친구들이 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풀고 많이 웃었고...

아이 낳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챙겼거든요

아이 낳고는 일하랴 애기 보랴

너무 힘들어서 놀 기운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 그 힘든 날들을

버틸 수 있었는데.


혼자서도 씩씩했고

제게 기대는 사람들을 챙겼는데

저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나봐요


아이 낳고 10년

제 생일을 챙긴 게 2~3번인 것 같아요

그것도 잔소리해서.


친구들이 챙겨준 생일 말고...

제 생일도 제 일상도 챙겨준 사람이

딱 1명이더라고요

정말 너무 고마운 선물같은 사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엄마랑 일, 친구들 밖에 몰라서

외로움도 못 느꼈고

인기도 많아서 그닥 필요성도 못 느꼈었어요


아는 언니랑 통화하는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인생 헛살았다고.


정말 헛살았어요

제 입을 거 먹을 거 사는 곳 이런 건

신경쓸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돈만 벌기 바빴거든요

커피 마실 시간도 없는데

여유를 즐길 시간이 있었을까요

가족들 지키려면 돈을 벌어야했으니까.

내 새끼 챙기려면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말 걸어주고 같이 놀아줘야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챙겨주고 도와주고 하는데

그 진심을 몰라줄 때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을 때

많이 서운했던 것 같더라고요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보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우울증이 왔었나 싶더라고요

6년 전, 아이를 옆에서 챙겨주기 위해서

성당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드라마공부를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나를 함부로 대하고

배려해주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며

많이 지치고 힘들었나봐요

너무 오래 참았어요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못 참을 일이었겠죠

글을 쓰며 자가치유하며

힘든 걸 너무 오래 참고 살았어요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제 걸 나눠주고 나눠주고

기운이 너무 빠졌어요

방송을 하면서는 제가 고생한 만큼

돌아오는 기운이 있었는데

그게 없으니까 사람이 지쳤던 것 같더라고요


처음 알았어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일이 많았는데 잘 참고 이겨내며

밝고 씩씩하게 살아온 시간이 대단했던 거죠

밝고 씩씩하고 긍정적이었던 이면에...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썼던 이면에...

참 많이 힘들다 쉬고 싶다란 생각이 깔려있었나 봐요


제 사수선배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어요

즐거운 걸 해봐라


방송일이 제일 즐거웠던 사람인데

이제 그것도 별로고...

글쓰는 게 제일 좋았던 사람인데

글쓰기는 너무 외롭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 얼굴 내 가족 얼굴 보며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러자니, 손가락만 빨고 살 수도 없고

돈은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어떤 걸 할 때 웃었더라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갖고 있는 재주 썩히지 말고

마음 잡고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어요


일하러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도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태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