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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는 한풀이이자, 예언서이다.
사람들은 복락을 얻기 위하여 산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인 한에서는
복락은 축복이 아니다.
개인이나 민족을 막론하고 간악한 곳에 복락이 있었으니 말이야.
어찌하여 악한 자가 복락을 누리며 착한 자가 바람 부는 벌판에서 울어야 하는가,
참 많은 사람들이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내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어.
과연 하나님은 계신가.
옛날 오선권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놓고 갔을 때 밤마다 하나님은 계신가 하고
울부짖었다. 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어. 하나님이 계산가,
그것은 진실이 있는가 영혼이 있는가 그 물음이었다.
그래 지금은 확신하게 됐니?
나 사실은 말이야, 하느님이 계시냐고 울부짖었을 때 내 속의 가장 깊은 곳에는
하느님이 계셨어.
엄마는 죽은 게 아니고 마을 갔다, 그런 느낌일까?
일어나라 여옥아, 일어나...
원망을 한 거지 뭐.
진실은 정말 있는 겁니까 하고 말이야.
나는 인간을 떠나서 살 수 없었거든. 지금도 역시 그렇단다
떡장수 할머니, 지게꾼 아저씨, 나무꾼 아이, 누구라도 좋아.
하느님 닮은 사람 만나고 싶은 게야. 멀리 계시는 분 말고
사람을 내 가까이서 확신하고 싶어.
거짓말쟁이는 모조리 벽이거든.
손이 닿지 않는 숨이 막히는 벽이야.
내 천진했던 인생의 출발에서 당한 그 기만의 날벼락,
생생한 그 기억 때문에 더욱더 사람을 통해
확신의 희망을 가지려고 이리 발버둥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만
엉터리 전도부인이구나. 전도부인을 네 쪽에서 찾고 있잖니?
그런지도 모르지 아마. 물질로 인하여 나와 결혼했고
또 물질로 인하여 다른 여자한테로 간 그 독실했던 크리스찬 오선권은
도처에 있어. 산간 벽촌에도 얼마든지 있어.
겉보리 한 말에 자기 양심을 파는 사람, 겉보리 한 말이 유죄지.
그건 악마의 힘이야.
겉보리 한 말만 더 있어도 하얀 마음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그 그림자를 끌면서 암흑 속으로 끊임없이 하나님을 기만하며 존재하는 거지.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배고픈 사람이야 어쩌겠니?
겉보리 한 말이라 하느 거는 여벌분을 말하는 거구
또 반드시 물질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야.
또 영혼을 팔지 않고 소유할 경우도 있겠지.
엄격히 말해서 사람들은 그 여분 때문에 사악해지는 거 아닐까?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사람의 얼굴을 아마 명희 넌 본 적이 없을 거다.
바로 그때 그 얼굴이야말로 진실이다.
끽다점에서 칼피스나 마시는 그런 얼굴하곤 다르지.
해서 오선권이보다는 벌판에서 우는 사람이 낫다.
너 말대로 하자면 모두 배가 고파서 허둥지둥 밥을 먹어야 세상은 천국이 된다, 그러니?
내 뜻은 여분을 복되게 하오소서. 여분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오소서.
나는 여분의 노예로구나.
그렇다. 너는 여분의 노예야. 누굴 배신하지는 않았겠지만 오선권이 부류다.
하지만 오늘 널 보고 놀란 것은, 명희도 벌판에서 울고 있구나.
뭐라구?
넌 절망의 구렁창에 빠져있다.
점쟁이 같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