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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5. 2022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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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님 글에서 퍼왔습니다. 


입만 열면 여자친구 자랑으로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던 후배가

갑자기 급 우울모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답니다. 

여자친구와 핑크빛 미래만 그리던 남자에게

여자친구의 이별통보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나 봅니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고 전화해서 화도 내고 매달려도 봤지만

여자친구는 자동응답기처럼 "미안해"라는 말만 하고 

이제 전화도 안 받는다고 합니다. 


-절대 갑자기가 아닙니다. 

여자는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어렵게 말한 것입니다. 


여자가 이별을 결심하는 과정


어느 날부터 남자친구가 변했다.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더니

이제는 내가 보내는 문자도 씹는다. 

내가 먼저라면서 친구들이 불러도 바쁘다면서 안 가던 사람이

이제는 데이트 하기로 했다가도 친구들이 술 마시자고 하면

쪼르르 달려간다. 

이제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걸까.


잘자라고 전화를 했다. 몇 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더니

귀찮은 듯 받아서는 바쁘다고 한다. 

아무래도 변한 것 같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이 남자와 헤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온다. 

생각해보니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친구들과 연락도 안 하고

남자친구가 없으면 만날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분명 내 생활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남자친구를 만난 뒤로 그냥 연애의 단꿈에 빠져 잊고 지냈다.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역시 답장이 없다.

이제는 "남자친구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세뇌를 시킨다. 

물론 아직 남자친구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분명 변했고,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을 비우기 쉽다. 


남자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미안 너무 바빠서'

담배 피울 시간은 있어도 나한테 문자 보낼 시간은 없고

게임 한 판 할 시간은 있어도 나한테 문자 한 통 보낼 시간도 없겠지.

그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거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 만나기 전에 한 취미를 다시 시작했다.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왜 연락이 없어?"

정말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이제야 내가 자신이 뭘 하든 믿어준다며

흡족해한다. 

이제는 그가 뭘하고 돌아다니든 연락을 하든 말든 관심도 없다. 


남자친구를 만났다. 아무 감정이 없다. 

연애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다. 

어차피 남자친구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이제는 나도 신경이 없고

이렇게 지내느니 헤어지자고 확실히 정리해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헤어지자고 했다. 

남자친구는 갑자기 왜 그러냐고 했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해서 정리를 한 것 뿐.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헤어져있었다. 


여자가 바람기 많은 고수라 그냥 지겨워져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이런 과정을 밟아서 이별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처음 작업할 때, 연애 초반 행복할 때, 잘해주던 것과 달리

많이 다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가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해서 조금씩 마음을 접고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다. 

남자의 단점이 발견되거나 둘 사이에 안 맞는 점이 나타나서

이별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사랑에 눈이 멀었을 떄는 그런 것도 모두 감싸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심해지는 남자의 태도를 보면서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느끼면

둘 사이의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별준비가 가속됩니다. 


문제는 남자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나 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데도

여자 혼자 서운해하고 힘들어하다가 헤어지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날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여자의 큰 오해때문입니다. 

특히 주위 사람들에게는 

여자친구 자랑에 입이 마르고 자신이 얼마나 여자친구를 사랑하는지

잘도 이야기하면서

여자친구에게는 전혀 표현을 안하는 스타일이거나

사랑하지만 잡아놓은 물고기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인 경우

이런 상황을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이 서운하게 하고 모르는 남자분도 있습니다.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면

여자친구에게 연락횟수가 줄었고

여자친구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요즘 무뚝뚝하게 대했거나 방치했다면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껴서 이별을 결심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고백해서

여자친구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표현을 잘 못했을 뿐,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실하게 전달하면

오랜기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 차근차근 쌓아온 서운함이

한 번에 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처음 헤어지는 경우일 뿐

두 번째부터는 효과가 없습니다. 

한 번 헤어졌다가 남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 것이 오해라

느껴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무심한 것 같으면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 확신까지 가득차서

스스로 세뇌를 합니다. 

게다가 그냥 붙잡기 위해 사랑한다고 빈말을 한 줄 알고

말에 대한 신뢰까지 없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고 연락을 안 받는 것은

정말 그 남자와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어서일 수 있지만

남자가 붙잡으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연락을 안 받으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남자는 문제가 생기면 동굴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만

여자는 문제가 생기면 동굴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함으로써 푼다"는 것을 생각하시길

(생각할 시간을 주면 사랑이 끝난다)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를 정말 붙잡을 마음이 있다면

그녀를 달래놓고 봐야 합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를 막 하거나

기분 나쁘게 남자의 단점을 마구 지적하거나

이유를 물어봐도 안 알려주면서 사람을 답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여자의 태도를 보면

좋게 대화하려는 남자도 울화통이 치밀어서

말이 좋게 안 나갑니다. 


여자가 "너 그때" 쏘아붙이면

남자도 "너도 그랬잖아"응수하게 됩니다. 

"참을 인이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백번 참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운함이 돌처럼 굳어서 헤어지자고 했던 여자의 마음이 녹은 다음

사이가 좋아졌을 때, 여자의 단점을 고쳐주어도 늦지 않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친구라면, 꽉 잡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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