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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6. 2022

매일이 새 날

결심 116일차


러블리 김작가입니다.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저는, 작가로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제 모든 걸 바쳤습니다. 

막내 작가 시절에는, 남몰래 참 많이 속상해하고 울었었어요. 

서브 언니들이 자신의 일까지도 후배들한테 몰아주는 바람에

맹장을 떼면서까지 무리하게 하루에 4시간 자며 일을 했었어요.

그래도 제가 그 때 버틸 수 있었던 건, 

저와 같이 일했던 작가 언니가 똑부러지고 똑똑하고 성실해서,

우리는 함께 눈뜨고 잠들 때까지, 서로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며

같이 일을 했어요. 

스타가 된 가수분을 섭외했는데, 매니저가 촬영을 안 한다면서

함부로 막말을 해서 화장실에서 울고 나온 적도 있었고요. 

제가 화장실에서 울고 나오자, 옆에 있던 여피디님이 

연예인 매니저들 중에 깡패 출신도 많다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셨었어요.

또, 저는 막내 때, 정말 좋은 메인작가님이나 피디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보다 20살이나 많은 작가 선배님인데도, 24살이었던 저에게 

꼬박꼬박 00씨, 하면서 존댓말을 써주셨고요. 

첫 프로그램을 할 때 만난 사수 선배님은, 저에게 좋은 작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제가 일을 하다 속상한 일을 겪을 때마다, 얘길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저는 막내 때, 참 좋은 작가님들, 피디님들과 일을 해서, 

그 기억으로 메인작가가 되기까지, 저도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부모님에게 받는 사랑 못지 않게, 애정과 관심, 지지를 받았습니다. 

kbs에서 유명한 작가 출신의 프로덕션 사장님이든, 

kbs에서 유명한 피디 출신의 사장님이든,

저를 작가로 예뻐해주셨고, 

딱 한 번, 저를 시기 질투한 작가 언니들이 있었는데, 빽 있냐?며 시샘과 질투를 받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힘든 마음을, 달래며, 묵묵히 외로움을 참으며 해야할 일을 할 때,

주위에서 챙겨주고 도와줘서, 힘든 시기들을 잘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는 제가 방송작가라는 이유로, 

저에게 다가왔다가, 제가 너무 너무 착하다면서 이기적이 되라면서

사람한테 해서는 안 되는 못할 짓을 한 사람도 있었고요.

그 때문에 저는 다시는 착하게 살지 않고, 강해지겠다고

강해져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16년 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었어요. 


20대는 주변의 오해와 가해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연차가 쌓여가면서, 실력이 점점 향상되어 가면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잘 쌓으려고 노력했고, 

동네 친구들부터 동료들과 친분을 쌓으며, 

20대 후반이 될 무렵에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점차 인정을 받아가고, 존중과 칭찬을 받아가며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일이든, 사적으로든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지만

강한 마음으로 이겨내면서,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는,

작가로서의 실력,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 제가 만나는 사람들,

돈, 명예, 인기, 사랑 등에서,

다시 20대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현재의 삶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성공, 돈, 명예 모든 걸 다 가졌었고,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물어보고는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담담히 말을 해주곤 했었습니다. 


힘든 일을 다 극복하고, 

모든 걸 다 이뤘다 생각했을 때부터,

저는 제가 지금까지 작가로서의 성공을 향해 달려오기만 했던 저를

처음으로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성공과 돈보다, 

제가 원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 사람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더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후회도 미련도 없는 성격이고, 앞으로만 직진하는 성격이었는데,

제가 놓쳤던 것들, 제가 놓쳐야했던 것들 사이에서

후회되는 건 없는지, 잘못한 건 없는지,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었어요.


사랑은 포기한다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제 삶을 사랑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아픔을 끙끙 대며 앓고 있었더라고요. 

저보다, 더 주변의 사람들을 아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제가 행복하지 않다 느낄 때

이제 지쳤고 쉬고 싶다 느낄 때,

저는 쉴 줄을 몰라서

봉사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제가 받은 것들을 나눠주며

교류를 하고, 그 안에서, 제가 줄 수 있음에

인간으로서 최고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성당 식당에서 5시간씩, 한 번은 하루 종일 어머니들과

간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했어요.

또 아이를 위해, 매주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100명의 아이들과 함께 주일학교를 하면서,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일 중에

가장 보람되는 일은,

방송작가로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며 제 자리를 찾은 것,

그 안에서 가장 큰 존경을 받았던 것,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갔던 것,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것이

제일 행복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제일 행복한 일은, 역시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좋은 길로 이끌어주는 거에요. 


책을 통해, 인류가 쌓아온 지식, 고통과 아픔에 대한 치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흡수하고, 

종교를 통해, 사람의 아픈 마음을 보고, 사람이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간과한 건,

사람은 모두 체력이든, 시간이든, 돈이든, 한계가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선에서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사람을 통찰력있게 봐야 한다는 것.

저는 알고 있었음에도, 사람을 믿고 또 믿었다가,

사람의 이중성에 실망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

헌신, 시간, 애정, 돈 등을 계산하지 않고, 다 주면

그 사람의 본성을 볼 수 있어요.

내가 주는 것들을 고마워하는 사람인지

하찮게 여기는 사람인지


여전히 내가 주는 것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나와의 관계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주는 사람인지

아니면, 나와 있는 시간 자체를 즐거워하고, 나라는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인지,

나를 이용해서 다른 걸 얻고자 하는 사람인 것인지.


그렇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생각했는데, 

저는 사람을 너무 믿고, 또 믿었나 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망가진 모습을 보면서 사람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왜 저렇게 살까, 왜 사람에게 저렇게 할까. 

사람이 싫어지기도 했어요. 


연봉이 1억에 드라마며 예능이며,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하셨고,

저에게도, 드라마며, 예능이며, 큰 기회를 주셨던 한 제작사 대표님이 계셨어요. 

그 분 또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방송을 통해 사람들, 작가, 출연자들을 보듬어주며,

일을 해오셨는데요.  

방송에서 연예인 갑질로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을 때, 

제 편을 들어주며,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저에게 따뜻하게 말하며, 작가를 보호하고 지켜주려고 노력하셨어요. 

제가 그 때 그 분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도 제가 받은 배려를 타인을 위해 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출연자분들 중에는 

과거의 아픔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는 연봉이 1억이셨던 분이 있었어요.

30분 7만원 강의료 밖에 못 드리는데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10만원의 기차료를 내면서

저와 함께 방송을 꼬박 꼬박 해주셨던 분도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분 입장에서는 손해였을 텐데도

방송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성실하게 한 주도 쉬지 않고 방송을 해주셨고,

저에게도 늘 겸손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꿈꾸는 미래.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 모두를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람들이 잊어버린 가치들, 

가족애, 사랑, 우정, 동료애, 인류애 등을 말하는 거죠. 

또한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벌어지는 억울한 모든 일들에 대해

모두가 다 같이 생각해보는 장이 되기도 하고요.

현실을 살다 보면, 억울하고 속상하고, 힘든 일들 많잖아요.

내 마음과 반대되는 상황, 그러한 일들 말이죠.


그 중에서도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현실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민낯,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

인간이기에 보여주는 웃음, 분노, 슬픔 등등...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 순간을 잊지 않고, 

머릿 속에 가슴 속에, 다 새기죠.


구성작가 출신의 작가들이 드라마를 쓰면 회당 500만원,

요즘 일일극은 회당 700만원부터 받는다고 하는데요. 

드라마 작가들의 원고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되기까지 사람들의 시선, 편견, 돈, 여러 가지 면에서

참고 인내하며, 장시간 글을 써야 해서 

그만큼 되기도 힘들고, 

피디, 배우,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의 삶, 시간, 모든 것을 갈아넣어,

피고름으로 쓰는 대본들이니까요. 

자신이 글을 쓰는 세상과

정작, 자신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세상은

다를 수도 있어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저는 드라마를 쓰지 않을 거에요.

너무 힘든 작업이니까요.

그러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가치, 진실,

현실에서 보이지만 말 못했던 부당한 일들, 기타 등등

작가들의 마음 속에는 가짜와 진짜, 모두가 하나 하나 기록되고

말하지 않고, 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정확하게 보고 듣고 있어요.


승화라고 하죠.


고통과 아픔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

작가들의 숙명이기도 한 것 같아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간절할수록,

가장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방황하던 시간,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시 되잡고,

책을 읽으며, 사람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시절,

방송작가를 시작하며,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확장에 대한 기억,

그리고, 다시 드라마를 쓰며

제 마음을 들여다 보고, 마음을 치유하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


저는 작가로 살며, 모든 것을 다 가져보았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사람에 대한 진심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바뀔 수 있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니까요. 


언제나 제가 피하려고 하는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

편협한 생각,

선입견,

편견 등이에요.


그리고, 항상 다잡는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

이해와 포용

정확하게 사람과 현실, 상황을 보는 통찰력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치유 등입니다. 


사람이니까 저도 억울한 일을 계속 겪거나

피해를 당하면,

사람에 대한 미움, 분노, 서러움, 서운함, 배신감 등등이

밀려와요.


그렇지만, 

그런 마음들조차, 비우려고 합니다. 


작가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없었던 사람을 사랑하며,

나를 사랑한 사람들의 진심을 깨닫는 그 시간들인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성격,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

그 사람의 사고방식,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의 인생, 사고방식, 삶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나, 등등을

가장 많이 분석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이해못할 일들도 이해하고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선까지 하고,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짓는 것,

내 한계를 인식하는 것.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인생, 꿈이 뭐였는지,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매일 성실하게 앉아, 훈련으로 글을 썼던 그 시절처럼,

드라마를 그 때 그 마음으로 다시 쓰고 있어요.


한동안,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제 내면을 계속 들여다 보았는데, 

이제는, 저 뿐만 아니라, 주위, 다른 사람들도 돌아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살려고 해요.


사람은, 자신이 있을 자리에 있어야,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해야할 일을 하고,

제가 있어야할 자리에 있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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