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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6. 2022

드라마작가들이 집필 전 꼭 한다는 '이것'

CJ 뉴스룸

누구나 한 번쯤 드라마를 보며 하는 말. ‘내가 써도 저 드라마보다는 잘 쓰겠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드라마 작가의 길. 그러나 그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막상 대본을 쓰려고 하니 첫 장면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드라마의 기본인 취재부터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취재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하는 거지? 궁금증을 품고 오펜(O'PEN) 3기 전문가 특강에 참가해보았다. 


신인 창작가들의 꿈의 무대! 오펜(O'PEN)



오펜은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창작가 육성을 위한 CJ ENM의 사회공헌사업이다. 2017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오펜.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 모집부터, 대본/시나리오 완성, 단막극 제작, 편성 및 데뷔까지 전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신인 창작가들 사이에선 꿈의 무대로 통한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현업 연출자들의 멘토링, 특강 등은 오펜 출신 작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 그중에서도 ‘현장 취재 프로그램’은 경찰서, 교도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 기관을 견학할 수 있어 심층적인 취재를 갈망하는 작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

현업 작가가 알려주는 생생한 취재 노하우?   


지난 6월 24일, 오펜 3기에 선발된 30명의 신인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격적인 ‘현장 취재 프로그램’에 앞서 취재 노하우를 알려주는 주원규 작가의 특강이 열렸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법의 기본이라고 불리는 취재 기술과 인터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인 작가들은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 취재의 노하우를 알려줄 주원규 작가


주원규 작가는 2009년, 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지금까지 소설, 평론집, 에세이, 동화, 연극 등을 집필해왔다.    




▲ 주원규 작가가 공동 집필한 tvN 드라마 <아르곤> 포스터


또한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공동 집필하며 폭넓은 장르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원규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살아있는 취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살아있는 취재’란 과연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생생한 취재 기술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간이 펼쳐졌다.

TIP 01. 취재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취재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취재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자 했던 <오펜> 3기 신인 작가들. 주원규 작가의 말에 모두 화들짝 놀란 모습이었다. 취재를 기반으로 캐릭터(등장인물)를 만들고, 줄거리와 대본을 작성하기에 취재에 공을 들이고, 기대하는 건 당연한데, 이게 웬 말이지?

어리둥절해 하는 신인 작가들에 주원규 작가는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흔히 드라마 작법을 할 때 작가가 쓰고자 하는 주제와 캐릭터가 정해지면,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줄거리를 만들곤 한다. 이후 취재를 할 땐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하기에 급급하여 전체적인 취재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고. 이때, 기대치를 낮추고 취재에 접근하면 취재의 방향성을 넓혀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 문장도 놓칠 순 없어!’ 특강 내용을 정리하는 모습


다소 어려운 이야기에도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는 주원규 작가의 말에 <오펜> 작가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생생한 취재 후기와 노하우를 잊어버리지 않게 꼼꼼하게 메모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TIP 02.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취재   



그 다음으로 주원규 작가는 드라마 작법을 할 때 캐릭터의 스토리를 입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드라마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기 위해선 각 캐릭터를 취재할 때 직업의 특징과 함께 캐릭터의 기본적인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원규 작가의 말에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떠올랐다. 포털사이트 ‘바로’의 팀장을 맡은 주인공 배타미(임수정). 그의 행동과 말투,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이고 맛깔 나는 대사 등을 볼 때면 매회 감탄을 하고야 만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취재원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자료조사를 했는지 그 노력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주원규 작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취향, 사상, 취미, 소비패턴 등 취재원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취재원을 최대한 많이 만나 데이터를 만들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TIP 03. 뻔한 스토리를 만들지 않기 위한 취재

이날 특강에선 주원규 작가의 생생한 취재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을 취재하고 싶었던 주원규 작가. 27일 동안 서울, 수원, 대전, 부산 등에서 직접 노숙을 하며 2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주원규 작가는 살아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장르의 에피소드는
취재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시 만났던 25명의 이야기는 주원규 작가만의 취재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결국 참신한 에피소드, 뻔하지 않은 결말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취재뿐이라며 취재의 힘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주원규 작가와 오펜 작가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구체적인 취재 프로세스, 취재원을 대하는 방법, 취재 이후 에피소드를 도출해내는 방법 등 취재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강이 끝난 후에도 주원규 작가와의 소통은 이어졌다. 취재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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