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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6. 2022

작가들의 취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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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들은 어떻게 해서 남의 인생을 '진짜처럼' 꾸며낼까. 가상의 인물에 직업과 캐릭터를 부여하고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갈등의 끈까지 동여매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도대체 어떻게 구상하고 취재하기에?' 시청자 로서의 원초적 의문(? )이 드는 것이 사실. 그나마 기자랍시고 현장을 다니면서 작가와 의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데,종합해 보면 스토리 짜기가 거의 피 말리는 분위기다.

특히나 '허준''올인'의 히트작을 낸 최완규는 '체험 집필'로 정평 이 나 있다.

메디컬 드라마 '종합병원'을 위해 6개월간 병원에서 숙식을 했고,'허준'에 앞서선 한의원에서 직접 진맥을 받고 각종 사서를 달달 훑은 그였다.

'올인' 땐 직접 미국의 카지노 도시 라 스베이거스와 정선 카지노로 실습(?)까지 다녀왔다.

'겪어본 글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는 게 지론.

현재 MBC 주말극 '한강수 타령'을 집필 중인 김정수 작가는 한 살 배기 아이를 업고 재래시장이나 시골장터를 다니며 취재한 사연으 로 유명하다.

''전원일기'나 '파도''그대 그리고 나' 같은 서민들 의 애환이 담긴 드라마를 쓰다보니 무슨 직업병 들린 사람처럼 훑 고 다녔다'고 돌이킨다.

대작들이나 서민형 드라마의 경우에 이 같은 발품 취재는 기본. 혼자 힘으로 어려우면 보조작가를 동원하기도 한다.

'언어의 연금 술사'라는 표현을 듣는 김수현 작가의 경우 드라마에서 직업이 구 체적으로 표현되기로 유명한데,보조작가들의 꼼꼼한 취재 덕분. ' 구술집필'로 유명한 이환경 작가도 자료조사를 전담하는 보조작가 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신세대 작가들로 오면 발품보다는 인터넷이나 신문의 사건 뉴스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앞집 여자'의 박은령 작가는 술자리에서 우연히 부부들간의 '바 람핀'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 구상에 들어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 다.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고.

한 방송사의 단막극으로 방영된 '장모는 무서워'를 쓴 신인작가는 장모가 사위의 애인으로 오해한 여인을 살해 지시한 사건에 착안 했다는 후문.

이렇듯 작가마다 취재 스타일은 천양지차. 귀를 열어놓고 살다보 면 모든 것이 드라마의 소재인 세상에 접근 방식만 다를 뿐이다.

소재 찾기를 끝내면 드라마로서의 뼈대 만들기에 엄청난 공이 들 어가지만 정작 전쟁은 드라마가 방영되고부터. 작가들은 시간에 쫓겨 쪽 대본을 내놓다보면 취재는 뒷전이고 상상력만으로도 머리가 모자랄 지경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2004.10.21 (목) 부산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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