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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Sep 07. 2022

옷소매 붉은 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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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주인은 동궁인데

동궁은 너에게 결백을 밝힐 기회를 주지 않고, 

내가 주어야 한다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11회

왜 연모하면 후궁이 돼야 해요?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후궁이 돼서 무슨 좋을 꼴을 본다고.

새로운 여인들이 날마다 줄줄이 굴비처럼 들어올걸요?

모두가 내로라하는 사대부가의 여식일 거고,

젊고 어여쁠 거고, 그 꼴을 보면서도

입도 뻥끗 못하고 참고 살아야 되는데

그게 후궁의 팔자인데 왜 그렇게 살아야 돼요?

저하가 소중해요.

하지만 전 제 자신이 제일 소중해요.

그러니까 절대로 제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지 않을 거예요.

제대로 가질 수 없는 거면

차라리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게 나으니까.


11회

이제야 알겠습니다. 

원망조차 어리광이었단 사실을.

살아있기에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덕임아, 난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너에게 원하는 것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텐데. 

오늘은 네가 운이 나쁘구나. 

너와 나 둘 뿐이다. 

감히 날 밀어내려 한 죄.


이제야 좀 두려워?


역시 너였구나. 언제나 너였어. 

널 그리워했다. 덕임아. 


서상궁, 이제 두 번 다시 성가 덕임은 화빈의 시중을 들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 성가덕임을 내 침전으로 들여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16회

덕임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겨.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여봐. 최선을 다해봐.

그러다 보면 작은 행복이라도 생길지 몰라.


나쁜 꿈이라도 꾸셨습니까?

영원히 이리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손만 잡고 잘 것이다. 


17회

너무 작다. 이리도 작은 사람이었던가.

그런 너를 내가 연모하였다.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모두가 저하를 기다리고 있고, 아직은 돌아가실 수 있으니

전하께서 마땅히 계셔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세요.


이 순간이 과거라 해도 좋고, 꿈이어도 좋고, 

죽음이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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