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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Sep 07. 2022

후회와 반성


인생을 살면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지키는 것

그것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나는 굉장히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아무나 사랑하지 않는다. 

한 번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쭉 사랑한다

일편단심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만큼, 나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만 착하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번 누군가를 사랑하면 오래가고

정리도 어렵다


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 건지

어떻게 헤어질 수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평생 만날까 말까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렇게 사랑해놓고

나는 지키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보기 전에

내 마음의 불안 때문에 도망쳤다


후회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참으면 안 되는 것들을 참아온 것

오해받고 누명 쓸 때,

내가 나를 잃어버리면서까지

누군가에게 더 참고 이해하고 잘해주려 한 것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켜주려 한 것

나는 내 마음을 그리고 나를 지켰어야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걸 알면서

잘못된 길을 걸었다


잘못된 걸 알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을 접고 내 탓이라 생각하고

더 노력하고 헌신했다

그래서 아주 많이 다쳤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더 잘해줄 게 아니라

거기에서 멈추었어야 했다


나는 적극적으로 오해를 풀고

누명을 벗었어야 했다

다른 사람보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했다

사람을 위하다 보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 하고 참아오던 것들이

나를 덮쳤다

그러한 것들이 점점 쌓이고 쌓여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을 갈기 갈기 찢는데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사라졌다


내가 가장 지켜야할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했고 놓쳤고,

내가 멀리해야할 사람을

나도 모르게 보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쳤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진짜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평생 당신 옆에서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내가 열심히 해서 꼭 해내겠다고

우리 행복할 수 있도록

그 길을 만들어가겠다고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나는 반대로만 말했다


왜 마음과 다른 말이 나오는지

나도 내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싶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보다 나를 1순위로 챙겼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걸 알면서도 도망쳤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픈데

그게 위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보내고 못해준 게 한이 되었다


그래서 반성하고 또 반성했는데

다음에는 누군가에게 최고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는데

내 불안이 올라오고 내가 민폐가 된다 생각되면

여지없이 또 도망이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사라져줘야한다 생각했다

사랑할수록 도망간다

사랑할수록 상처받는다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이 후회고 또 후회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괜한 말들을 한 건 아닐까

혹여 더 아프거나 다치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이 된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니까

다치지 않고 아프지 말아야할텐데


내가 내 자리에서 일을 잘하고 건강할 때

나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잘못된 인연으로 고통 받은 것

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신뢰를 주지 못하고 아프게만 한 것

모두 후회고 반성이다


정말 다른 사람 아닌

당신이 필요하다고

당신만이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당신이랑 있고 싶다고 

당신이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고.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내가 많이 부족해 아프게만 해서 미안하다고...



정말 다시 태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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