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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Sep 09. 2022

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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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내리는 글이 아니라,

작가가 원하는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을 때는,

작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작가의 글을 알아봐주고, 

감정이 예민한 작가가 글을 쓰다 좌절감에 빠져 때려치우는 일이 없도록

옆에서 가이드라인을 잘 잡아주고, 아이디어를 함께 짜고,

줄거리를 함께 짜고, 작가가 대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부분 (섭외, 촬영, 촬영준비, 배우 관리, 대본 문제점 체크, 스케쥴 관리, 제작비 등)을 

잘 할 수 있는 피디를 만나야 

작가가 대본에만 집중해서,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좋은 피디는, 작가가 더 좋은 대본을 쓸 수 있게끔, 

작가의 일에 몰두하게 해주고, 

피디는 피디의 일을 도맡아 해주는 사람이다. 


구성작가는, 제작비가 작고,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템 찾기, 국장님께 컨폼받기, 섭외, 촬영 세팅, 촬구, 대본, 출연자 관리 등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드라마 피디들이 하는 모든 부분에 관여해, 그 역할까지 맡는다. 


사람들을 만나 현장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작가들이 늘, 갈구하는 건,

자신이 갖고 있는 세상,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작품은 몇 개월 만에 나오지 않는다. 

신인작가든, 기성작가든, 기본적으로 작품이 나오기까지 몇 년씩 걸리고,

혼자서 하지 않고, 대개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회의하고

직접 취재를 하고, 발로 뛰어서 현장을 보고

자문을 거쳐, 대본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 체크한다. 


구성작가든, 드라마작가든,

글 하나를 쓸 때도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팩트 체크는 중요하다. 


자연히 글을 쓸 땐, 예민해지고, 더 완벽해지기 위해

성격도 까칠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늘, 

글을 써야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작가만의 고유한 색깔, 고유한 문체, 고유한 색깔이 나오는 그 시간은,

오로지 혼자 해야 한다. 

힘들다고 징징대지 않고,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작품은, 자식 출산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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