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by 러블리김작가


평생을 책을 읽고 방송원고를 쓰고

주일학교 교사로 아이들만 가르친 나에게

다른 일을 하라 하면

글쓰는 것 말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방송일은 이미 익힐 대로 익혔다

예능 다큐 뉴스 생방송 기타 등등

누가 가르쳐줘서 한 게 아니라

그냥 해온 것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 적성에 딱이었기 때문에

누가 내 생각에 태클만 안 걸면

눈을 감고 하래도 한다

다만,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육아로 인해 아이들과 눈마주치고

쉬면서 너무 착해지고 순둥이가 되어서

전처럼 잘할 수 있을지 겁이 날 뿐이다

육아를 하면서 나보다 다른 사람 입장

다른 사람 감정을 배려하다 보니

아닌 걸 말하지 못하고 잘못된 걸 말하지 못해

감정적으로 힘든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고

그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누군가의 상태 점검, 마음 상담은 누구보다

잘해줄 수 있다

남들은 보이지 않는 걸 보고 느낀다는 건

좋지만은 않은 일이다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걸 느낀다

그래서 고달프다


아무리 쉬는 텀 없이 해왔고

과거에 잘했어도,

한 번 뭔가를 실패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지나고나서야 후회한다

그때 왜 멈췄지

왜 더 용서하고 이해했지

왜 내 모습을 상대에게 맞춰 바꾸려 했지

그때 이렇게 했었어야 하는 건데

원래 내 모습대로 했으면 잘됐을 텐데

그랬음 서로에게 윈윈이었을 텐데

왜 그때 더 열심히 못했지

왜 그땐 머리가 안 돌아갔지

그런 후회.


후회는 언제나 늦다


머리는 마음이 평안해져야

잘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기존에 내가 알던 세상과

새롭게 알던 세상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나는 내가 가던 길로 계속 해서 갈지

아니면 내가 알게 된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갈지

어떻게 하는 게 모두를 살리고

모두에게 좋은 길인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제발 머리 좀 돌으라고

제발 과거의 부지런하고 칼같던 나를

되찾으라고 한다


그러나, 칼같던 나를 내려놓은 만큼

다른 사람들이 내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왜냐하면 사람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든 다른 영상이든

다른 것들에 욕심 나고, 재밌게 생각하면서

이제는 틀에 박힌 세상이 아니라

조금 더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사람 답게 행복하게 의미있게 살고 싶을 뿐이다


방송일만 해서 글 외에 하고 싶은 건 많다

바리스타 요리자격증 따기

폴댄스 배우기

스노쿨링 하기

영어 배워서 해외 유학 가기

부동산 자격증 따기

집 앞 텃밭에 자그맣게 농사짓기

강아지 키우기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 보내기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국내 해외여행 다니기

농촌 어촌 도시 국내부터 해외 곳곳 다니며

사람들 만나기

돈 많이 벌기 등등...


그러나, 가장 하고 싶은 건

내 일, 내 자리, 내 사람을 지키는 거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내가 뭘 하든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

그리고, 나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나를 모함하거나 험담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힘들 때,

엄마를 비롯해

나를 30년 20년 10년 오랫동안 보아온

내 여자친구들 언니들은

너가 욕도 할 줄 모르고 말도 예쁘게 하고

너가 얼마나 착하고 성실하고

멋있었는지 아냐고

넌 이쁜 얼굴로 능력도 있으면서

왜 자꾸 헛똑똑이짓을 하냐면서.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든다


나는 이 말에 이제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못하는 것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내 친한 사람들은

나를 안다

나와 있으면 나를 챙기느랴 손이 많이 간다


내가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내 잘못에 대해 얘길 해도

무조건적으로 내 편이라 한다


한 분야에 탁월해질수록

다른 것들은 퇴화하거나 부족해질 수 있다

또, 여러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그 일에 맞춰 나를 바꾸고 바꾸고 하다 보면

정체성이 혼란되기도 한다

방송작가로, 엄마로, 주일학교 교사로

딸로, 그랬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건

굉장히 힘들고 고달프다


나는 내가 남자로 태어났었으면 한다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됐었을 텐데


여자이기에 요구되는 것들이

나는 솔직히 어렵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으로

나는 내가 여자라 좋다


남자 여자를 떠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 다 필요한 능력이라고


어른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설 수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서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드럽게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특히 방송작가는 타인과의 협업이

중요한 작업이다

혼자서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아이를 잘 교육하고 키울 수 있도록

화를 참을 수 있고

소중한 아이에게 욕이나 폭력을 절대 안하고

누구보다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엄마는 교사, 가정부, 요리사, 경제적 책임

여러 가지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경제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방송작가로 최선 다해서 살아만 와서

요리를 잘 못한다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게 맞을 거다


그런데, 내가 살면서 가장 갖춰야하는

능력 중 하나가

요리라는 걸 나이 먹을수록 깨달아간다

여유만 있다면, 정말 요리자격증을 따고 싶다

요리 잘하고 외국어실력 좋은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몇 년 전에 아이와 함께 유학을 가기 위해서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살아서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선생님으로

나와 아이에게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 문장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너무 스파르타라 진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어떻게든 영어를 배워서

언젠가는 아이와 함께 외국을 가서

1년이라도 살아보고 싶다고

그 마음 하나로 버티며 했다

다행히 아직 기억한다


방송작가로 근무하며

드라마공부도 몇 년을 했다

내가 한 가지 정말 부족해서 안 되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 채워졌다

내가 갖고 있던 결핍 나의 문제

내가 뛰어넘지 못하던 것들을

한 발자국 아니라 열 발자국이나 뛰어봤다

백 발자국을 뛰면 얼마나 더 신기할까 생각해본다


일을 위해 내게 정말 중요한 걸

포기하라고 강요 당하면서

일도 중요한 것도 둘 다 안 됐다


사람이 안 되는 건 없는 거다

멀티가 되면 된다


아빠는 나더러 성공하라 하고

엄마는 나더러 행동을 하라 한다


마음이 있으면 행동이 따르게 되고

행동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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