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한 번도, 마음의 문을 열어본 적 없었다.
그렇게 살아오던 내가,
마음의 문을 그 사람에게만 활짝 열었다.
모든 걸 버렸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한 사람만 있으면
다른 무엇은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은,
딱 그 사람만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아픈 얘기들을 계속 하며,
그 과거 속의 나. 과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아픈 사람이었다.
나는 내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잃어버린 아픔과 슬픔,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루 하루를 낭떠러지 끝에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내가 지키고자 했던 세상이, 내가 지키고 보호하던 사람들이
나를 절벽 끝까지 밀었다.
절벽 끝에 겨우 매달려, 정신을 못 차리고,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숨을 못 쉬고, 밥도 못 먹고, 다 죽어가고 있던 나를
낭떠러지 끝에서 끌어올려준 사람이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나날들이었다.
그 사람은 아픈 나를 돌봐주고, 챙겨주며
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나는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십 년...이십 년...아니 처음?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고,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산책을 하고
함께 일을 하고 움직이며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보았다.
그 사람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나 때문에 많이 아팠다.
그리고, 나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
내가 겪어야하는 모든 걸,
그 사람이 대신 겪어주었다.
나 때문에, 그 사람은... 많이 지쳐보였고, 슬퍼보였다.
나 때문에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슬펐던 건,
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 가장, 힘들고 슬프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람의 가족, 친구, 동료, 주위 사람들은
나를 참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럼에도, 내가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자꾸 달아나고 도망갈 때.
내가 해야하는 사명과 소소한 행복 사이에서 방황할 때.
나 때문에 그 사람은
가족과도 싸웠고,
친구와도 싸웠고,
꿈도, 사업도,
나를 지키고자, 내려놓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아버지도 나 때문에 내려놓았다.
형하고도 싸웠다.
오로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그 아픔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나는 상상도 못한다.
아마 내가 십 년, 십 육년 가까이 혼자 짊어지고 살아오던
그런 고통, 아픔을
대신 떠맡았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편안했지만, 그 사람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진정한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 사람 때문에 조금씩 점점 행복해지는데
그 사람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면서 나도 너무 힘들었다.
한 사람과 행복하고 싶었다.
돈도 명예도 인기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한 사람과 진심을 나누고, 평생을 헤어지지 않고,
함께 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고, 나는 움직여야했다.
아니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어느 누구도, 진짜 나를 알아봐주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인생을 위해
의미있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한 사랑이 내게 알려준,
깨달음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한 사랑이 내게 알려준
고마움과 사랑을 나는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