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 날

결심 2일차

by 러블리김작가


새롭게 살기로 결심한 2일차.

200페이지에 가깝게 쓴 줄거리를 또 버리고,

줄거리를 다시 쓰고 있다.


내가 원하는 줄거리와

대중이 원하는 줄거리의 그 중간점을 적절하게 찾아야 한다.


쉬운 과정은 아니다.

글이란 건, 잘 써지다가도,

이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막히고 만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써내려가야 한다.

매력적인 스토리라...

그동안 방송작가로 대중에게 맞춰

아이템과 스토리를 찾을 때는

귀신처럼 기가 막히게 캐치해왔고,

시청률은 늘 1위였다.


그러나, 얼키고, 설킨 무언가를 글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진도가 안 나간다.


대체 넌 뭘 원하는데?

뭘 쓰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하고 싶은데?

라고 나에게 묻고 싶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글쓰는 게 그렇게 어렵나?

글이잖아. 움직이면 되잖아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완성하지 않은, 완벽하지 않은 대본을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내게 있어서 완벽하지 않은 대본을 보여준다는 것은

벌거벗고 온 동네를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치스럽고, 끔찍한 일이다.

내가 완성하지 못한 대본이 방영된다면,

더 끔찍할 것이다.

휴먼 다큐멘터리나 예능 토크쇼 프로그램에 맞춰서 한 주제를 갖고,

텍스트적인 대본, 원고를 쓰는 건 정말이지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건,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는 것이

어려웠지. 글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수없이 수정하고, 퇴고한다 해도, 그것이 이토록이나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는 다르다.

드라마는 작가의 색깔, 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가는 시대에 따라, 나이에 따라

글을 쓰거나, 생각하는 게 바뀔 수가 있는데

그러한 생각들이 오로지 적히는 게 드라마다.

발가벗고, 내 모든 걸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익명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들이 나는 정말 이해가 간다.


마음이 원하는 것과

머리가 하라고 시키는 건

늘 어깃장이 난다.

머리가 하라는 대로 사는 건 쉽다.

머리는 똑똑하다.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사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뭐가 아직도 그렇게 겁나고 두려운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겁나고, 두렵다.


그래서 인생이 이 모양이다.


결심 2일차,

글을 쓰다 망부석이 되어 돌로 변한다 해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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