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이

저자 이미륵

by 러블리김작가

이미륵 작가의 자전적 소설 <무던이>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우물은 이미륵 자신이라고도 하는데요.


작품 속 무던이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싫어하고 순종적이며

너무나 착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순수하고 착해서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말해버려서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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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아홉 살 된 우물이네 집에 처음 갔던 무던이는

우물이를 보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싹틉니다.

하지만, 우물이는 지주의 아들이고, 무던이는 소작인의 딸이나 당시 신분관계로

둘은 맺어지지 못합니다.


이러한, 무던이를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부잣집 총각 일봉이

마을 주모의 중매로 둘은 맺어지게 됩니다.

혼인을 앞두고 불안해하던 무던이에게 수암댁이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혼한 다음에야 오는 법이란다"


'그러니까 그는 큰 숲 속의 나무이고, 너는 길 가에 있는 불이라,

그 사람이 네 속에서 타게 되니깐

분명 좋고 말고, 만약 그 사람이 물이라면 그건 아마 나쁠 거야'


무던이는 일봉과 혼례식을 치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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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새 신랑은 그저 조용히 자리에 눕고,

새 신부는 앉은 자세로 있다가 새벽녁에 친정어머니에게 갑니다.


신부집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시집 온 무던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성품이 온화하고 선합니다.

특히 일찍 과부가 된 시어머니는 무던이를 무척 아끼고 예뻐해줍니다.


평생 가난했던 무던이는 시집올 때 갖고 온 게 없어

일봉이에게 무척 미안해합니다.

그런 무던이에게 일봉이가 한 말은 감사와 안심을 주게 되죠.


"이제는 모든 것이 당신 것이오. 우리집에 있는 모든 것이 당신 거란 말이오.

이보다 많은 것들이 당신 것이어야만 하오.

은으로 된 연못, 금으로 된 기둥들도 당신을 위해서는 오히려 부족할 것이오"


시댁생활에 낯설어하고, 친정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하는 무던이를

일봉이는 친정집에 몰래 데려다 줍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얼마나 애틋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을까요.

하지만, 무던이가 꾼 꿈 이야기가

앞으로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됩니다.


"꿈을 꿨어요. 제가 나비가 되어 어느 정원을 날아다녔는데

당신이 와서 저를 잡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의 아내이니 저를 그냥 날게 해달라 말했죠.

그런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리기에 보니까

주막집 아주머니였어요. 그리고, 저는 갑자기 옛날 제 방에 앉아 있는 거예요.

저는 혼인을 하지 않았으며, 모든 게 어린애 장난이었던 거예요"


무던이는 착하고 온순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무심결에 말합니다.

혼인해서 시어머니가 없어서 모든 것을 혼자 했었다고 한 시어머니에게

분명 혼자 있는 게 좋았을 거라 말해버리죠.

이 말은 시어머니에게 모욕감을 주고 당혹한 무던이는 시어머니를 안고 펑펑 웁니다.


무던이와 일봉이의 불행은 우물이의 꿈을 꾸고 우물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상세히 말하면서

시작됩니다. 너무나 순진했던 무던이는 이번에도 아무 생각없이 말하게 되죠.


"당신은 그가 그렇게도 좋소?"

"네. 아주 좋아요. 저는 그와 무척 혼인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그의 부모를 찾아갔던 일이며

그와 함께 놀던 일이며, 그가 그녀의 집에서 잔 일 등을 계속해서 이야기하였다.

그때, 그녀는 일봉이 아주 창백해져

꼼짝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낮 꿈에 지나지 않을 테지"

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눈물을 닦고 미소를 띄우는데

일봉이 일어난다.

"왜 그러세요?"


무던이를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오해한 일봉이는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둘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자 무던이는 일봉이에게 대화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단번에 거절하는 일봉이에게 분노와 절망을 느끼는 무던이입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떤 여인은 캄캄한 밤, 비를 맞으며 오래도록 꼼짝 않고

수압댁의 집 앞 댓돌 위에 앉아 있었더랍니다.


무심결에 내뱉은 무던이의 옛사랑에 크게 화를 내는 일봉이.

무던이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컸고 순수했기에 그만큼 배신감도 컸을 것입니다.

무던이 입장에서는 마음 속에 옛사랑 우물이가 있었지만,

이제는 우물이를 추억 속으로 잊고,

현재 무던이가 진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일봉이었습니다.

일봉이의 소심한 사랑 표현에도 참 좋아하던 무던이었으니까요.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자신의 옛 감정을 솔직하게 그대로 표현했다가

오해를 받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무던이.

일봉이에 대한 자신의 진짜 마음을 먼저 표현했더라면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더없이 착하고 순박합니다.

자기 집에 온 초라한 소작인 모녀를 친절하게 대해준 우물이

딸에게 댕기를 사주기 위해 자신은 몇 끼니를 굶는 무던이 어머니 수압댁

며느리가 울면서 잘못을 빌자 같이 우는 시어머니

모두가 너무나 착하고 순수하기에

그로 인한 오해와 불행을 그대로 감수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지.


착하고 순수한 사람을 어리석고 바보같다고 보는 시대에

슬프지만, 진정 아름다운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는

<무던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약삭빠른 사람보다

이렇게 착하고 순수한 바보같은 사람들이 더 많고,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지탱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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