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저는 일 잘하는 방송작가입니다
자료조사, 섭외, 취재, 구성, 원고 잘쓰고 시청률 1위고...
그런데 그런 저도 제일 싫어하는 게 있어요
바로 처음 가는 길, 처음 해보는 것들, 낯선 일입니다
정말 못하거든요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만 먹으면 잘하지만..
저는 진작부터 제가 잘할 거 못할 거 구분부터 했어요
잘하는 건 24시 파고 들었고
못하거나 뒤쳐지는 건 진작에 포기했어요
그랬던 제가 요즘 왜 잘하는 것들 놓아두고 못하는 것을 붙들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때 포기했던 것들... 발전이 없더라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은 마음일까요
방송작가는 제 천직입니다
책 읽고 글쓰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제게 딱 맞는 직업이죠
밤샘근무로 몸 망가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요.
자료조사는 기본이죠
한 인물을 인터뷰하러 나가기 전에 그 사람의 방송, 인터넷 기사를 쫙 출력해서 체크합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국회도서관을 뒤적거리거나 도서관, 인터넷 등 자료를 모을 수 있는 곳은 싹 다 뒤집니다.
그래서 한 방송을 만들 때마다 자료는 몇 백 페이지. 몇 천 페이지 정도의 자료를 읽을 때도 있어요.
특히 섭외 취재, 원고쓰기는 제가 제일 잘하는 것들입니다.
처음부터 섭외 취재를 잘했던 건 아니었어요
까인 날도 많았고 우는 날도 더러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들겼더니
나중에는 제일 잘하는 게 되어있더라고요.
또 연차가 차서 메인작가가 되면
까이기도 힘듭니다
전화하면 다들 오케이 해주세요. 감사한 일이죠
취재할 때 그런 우스개 소리가 있어요
집 안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취재하라
뭐 정말 숟가락 갯수를 물어보겠어요?
인물 다큐를 할 때는 취재가 정말 중요해요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하루, 일주일 스케쥴부터
살아온 인생, 깊이있는 속얘기까지 다 꺼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취재 시 노트북으로 질문부터 대화내용을 기록하는 건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녹음도 해요.
요즘은 기술이 발달되어서 녹음을 하죠. 그걸 또 다 프리뷰해서 체크합니다. 취재원의 한 마디 한 마디 말도 작가들에겐 엄청 귀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작가들에게 공감능력은 필수겠죠.
또 취재원들은 작가를 믿고 속얘기를 꺼내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는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무겁거나 진지한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해요 취재에서 워낙 그 능력을 써버리다 보니...평소에는 웃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한가 봅니다 그리고 제 철칙 중 하나. 절대 가까운 사람들의 깊이있는 이야기는 대본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게 제 철칙이에요.
사적인 대화를 한 것인데... 그건 비밀얘기니까요
널리 퍼트리고 싶지 않아요
취재원과 동의하에 방송으로 담는 얘기만으로도
벅차고 충분하거든요
원고야... 제가 워낙 온 힘을 다 쏟아부어서 쓰는 것이니까요 원고 쓸 때는 밤을 새어서 더빙이나 녹화 전까지 수도 없이 고치고 또 고칩니다
몇 번을 읽어보고...전화해서 여러 번 팩트 체크를 하고...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맞춤법은 맞는지 체크하고 또 체크하죠
수없이 해온 작업이라 이제 너무 익숙해요.
제가 방송국에서만 살면서...
다른 능력들이 그렇게 많이 퇴화되었는지 몰랐어요.
저의 부족한 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데도
반성하고 또 반성해요
그래도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부족한 제가 방송작가로는 천직으로 살았으니
하느님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잘하는 게 있으면 부족한 걸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요.
저는 제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습니다. 그거 좀 못한다고 제 자신을 깎아내리지도 않아요.
사람마다 달란트가 다른 건데
제가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못하는 건 또 노력으로 잘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하나 하나 채워가는 인생이 좋습니다.
다 잘하고 완벽하면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제게 겸손함을 가르치려고
하느님은 제게 못하는 것도 잔뜩 주시나 봅니다.
오늘은 시놉시스 작업이 있어서 하러 갑니다.
여러분도 일주일 또 힘내시길 바라며
여러분의 인생이 행복으로 가득차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