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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Feb 14. 2024

선거가 코앞인데

산골일기 육십 한 번째 

 단 한 번도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정치인들이 연탄을 나른다. 

그리고 스스로 찍어 바른 듯한 검댕 가득한 얼굴로 

겨우 연탄 몇 장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그들은 애써 허름한 시장 통에서 어묵을 먹고 떡볶이를 먹고 순대를 먹으면서 

가난의 친구라는 위선의 탈을 쓴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얼만지,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청춘들의 애환이 무엇인지, 

권리보다 의무의 짐이 더 무거운 서민의 불평등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면서, 

아니 일말의 관심도 없으면서 오직 권력을 구걸하며 굽신 거린다. 


그 거북한 몸짓 속에는 국가경영을 위한 경륜은 발치에 밀어 두고 

오직 상대방을 깎아내려 자신만을 돋보이려는 시정잡배의 치기만 가득하다. 

자기편을 끌어 모으기 위해 상대에게 무자비한 증오의 화살을 쏘아대며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과 생각을 극단으로 몰아세우며 갈등과 싸움만을 부추기는 

희대의 간웅들이 득시글한 세상이다. 

뉴스에 연일 등장하는 정치 이야기에는 몰상식의 민낯만 가득하다. 

선거가 가까워진 요즘 들어서는 거짓과 탐욕의 발톱을 감춘 정치인들의 

위장 쇼와 코스프레가 자꾸만 더 늘어가는 것 같아 토악질이 난다.    

  

하지만 진정 마음이 구슬픈 것은 진실은 벗어둔 채, 

전략과 프레임의 이미지로 만든 위선의 페르소나에 어리석은 군중들이 휩쓸려 다니는 것이다. 

선거를 앞에 두고는 허리에 자동장치라도 달아 둔 듯 90도로 꺾이다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고개조차 뻣뻣해지는 자들을 뻔히 보면서 말이다.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자들의 정치적 야욕과 오직 권력을 탐하여 

누릴 욕심만 가득한 것을 보면서도 말이다.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누가 봐도 매일의 생계걱정으로 허름한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내편 문화에 휩쓸려 제 주머니와 영혼을 턴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세금은 올리고, 사회적 약자의 지원은 줄이면서 부자들에게는 감세정책을 펴는 자들에게 조차 맹신의 박수를 보내는 피기득권 사람들의 마음저변을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면 모든 이성이 마비되어 버리는 이 몽매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다 했던가!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그릇된 신념을 집어넣으려는 놈이다. 

조심해야 한다. 

보편적인 양심의 판단이 흐려지고 맹목적인 기울임이 당신을 사로잡고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던가? 세사함만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정보의 홍수시대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편향된 왜곡을 만들어낸다. 

거짓으로 만들어낸 정보라도 비슷한 정보가 세 번 이상 반복되면 마음이 기울게 마련이다. 

그 기울기가 되돌려지지 않으면 편향의 어리석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어차피 ‘그놈이 그 놈이니 정치에 신경 끌란다’라고 도망가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누구든 내 목을 치시오 라며 미친 망나니에게 목을 내미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쟁이 아니라, 나라에 대한 경륜이 있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잣대로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정치인을 감별할 수 있는 잣대 하나를 제시해보고 싶다.    

 

시장바닥 기웃거리면서 서민 코스프레에 열중하는 호모사피언스.

안 하던 봉사현장에 갑작스레 나타나 증빙사진만 찍는 호모사피언스.

상대를 비아냥대며 양극화의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는 호모사피언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단세포적 내편문화만을 만드는 호모사피언스.

평소에는 군림하다가 갑자기 폴더 인사에 목숨 거는 호모사피언스.

진솔한 사과보다 변명과 왜곡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호모사피언스.

입만 열면 남 탓 하는 호모사피언스.

말 함부로 하며 연대와 협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호모사피언스.

정책과 경륜보다는 인기와 지지율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호모사피언스.

상황에 따라 제 몸보신을 위해 일구이언하는 호모사피언스.     


이런 사람들만 피하면 우리의 현실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고르고 나면 누가 남지? 

존경할만한 큰 인물들이 점점 사라지고 이전투구하는 잔챙이들만 대가리 싸움하는 것 같아 

매일매일이 가슴 쓰리다.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숨겨진 보석이 있겠지?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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