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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Oct 25. 2020

마음가짐이 전부

가을 8호


이번 주의 생각


휴학을 하고 영어 학원에서 하루에 3-4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숙제 검사부터 시작한다. 단어, 영작, 말하기 시험 등을 보는데 예외 없이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험은 쉐도잉이다. 음성파일을 문장 단위로 끊어 듣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따라 말해야 한다. 문장의 길이가 다섯 줄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 그 표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들리는 문장의 길이가 길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아이들의 동공이 흔들린다. 문장의 길이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불안한 눈빛을 하고는 기억나는 단어들을 하나씩 나열하는데 놀랍게도 나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들키기 직전의 단어까지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음성파일을 중간에 멈췄다.


윤아. 마음으로 안 된다, 못 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할 수 있다! 이 문장 끝까지 말할 수 있다!!! 하고 마음으로 외쳐봐.


그리고 음성파일을 다시 재생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후 내뱉으며 가녀린 마음가짐을 거두고 다시 도전한다. 대부분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법 유사하게 문장을 끝까지 완성해 낸다. 이렇게 8개월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시험을 치기 직전이 되면 구호처럼 외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가좌~!!!!' 어떻게든 말해보려는 눈빛과 자신감에 찬 주먹을 보고 있으면 나는 음성파일의 속도를 몰래 조금 늦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가짐이 전부라는 사실을 자꾸 증명해 보이고 싶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그 거짓말 같은 진실 말이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든, 그것은 학생의 본모습이에요. 늘 자기 안에 존재했던 본질적인 모습. 케임브리지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학생은 순금이예요. 브리검 영으로 돌아가든, 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이 학생을 보는 눈은 변할지 모르고, 학생이 자신을 보는 눈도 변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순금도 빛에 따라서는 덜 빛나 보일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빛이 덜 난다면 그게 허상인 거예요. 지금까지 항상 그랬어요.


Book

파울로 코엘료 <순례길>

열정은 하나의 생각이나 재상을 향한 아가페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 번씩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지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하고 믿게 되면, 자신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더 강하다고 느끼게 되며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신념을 깨트리지 못할 거라는 확신에 차 평온함을 맛보게 됩니다. 이런 특별한 힘은 적절한 순간에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죠. 목표를 이룬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에 놀라게 됩니다. ‘선한 싸움’을 이끄는 중에 다른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고 열정에 이끌려 목표에 도달하게 된 덕분이죠.


Book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원과 관심은 쉽사리 먼 거리를 뛰어넘어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만 해야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다가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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