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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Oct 18. 2020

자유롭게 홀로 하나되어

가을 7호


이번 주의 생각


곧 스물 넷이야 우리!!


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어딘가 아쉬운 표정을 하고 내뱉는 이 말을 하루는 다시 곱씹어보았다. 너무 눈부시고 다채로웠던 이십 대 초반은 분명 아쉬울 만했지만, 사실 스물 넷을 향한 기대감이 그 아쉬움을 앞질렀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 얼마나 즐겁고 또 아프고 힘들까.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도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 만큼은 확실하다 싶은 게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지혜라고 불리는 그 빛나는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으면서도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것을 나누고 무엇이든 같이 해보려 애쓸 것이다. 서로가 하고 있는 일과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과 기대를 쏟아부을 것이다.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루를 부지런히 기웃거리며 지낼 것이다. 꿈에 대해 말하며 기죽어있는 서로를 마주할 때면, 잘 간직해두던 친구의 빛나던 모습을 툭 꺼내와 너가 왜 다르고, 또 왜 아름다운지 세세하게 말해줄 것이다. 그러고는 한결 힘이 생긴 상태로 각자의 일에 다시 뛰어들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이런 것들이 우정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같다.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촉촉하고 싱그럽게, 자기 자신 답게 살게 만들었다. 작은 꽃을 보고 감동하고, 상대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눌  아는 그런 할머니가 되어가자고 약속했다. 오래 오래 께이고 싶다. 대체 불가능한 나의 친구들과 자유롭게 홀로 하나 되어.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헤르만 헤세 <데미안>

그걸 수행하거나 충분히 강하게 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망이 내 자신의 마음 속에 온전히 들어있을 때, 정말로 내 본질이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뿐이야. 그런 경우가 되기만 하면, 내면으로부터 너에게 명령되는 무엇인가를 네가 해보기만 하면, 그럴 때는 좋은 말에 마구를 매듯 네 온 의지를 팽팽히 펼 수 있어.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어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Book

패티 스미스 <저스트 키즈>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적 방법이나 방향은 서로 달랐지만 그의 작품과 내가 추구하는 시적인 감성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느꼈다. 로버트는 항상 말했다. “네가 보기 전까지 완성된 게 아니야.”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우린 뭐가 될까? 철없는 우리가 자신을 향해 항상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철없는 대답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되었다.
우린 둘 다 다른 사람에게 갔다. 방황했고 모두를 잃었다가 마침내 서로를 다시 찾게 되었다. 서로에게 충실하되 자유롭게 연인이자 친구로 예전처럼 함께 창작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랐다.
간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파리는 많이 변해있었다. 온 세계가 점차 순수함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좀 더 커서 세상을 더 날카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다.


Book

메리 올리버 <긴 호흡>

'사실'은 우리가 그것을 집어들고 읽고, 내려놓으면 끝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집어들고, 숙고하고, 반대하고, 확장하고, 그러다보면 즐거움 속에서 오후가 다 지나간다.
휘트먼은 내가 더 심각한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었고, 나는 그의 확신과 호기가 밝힌 빛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이 기쁘게 가볍고 행복하게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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