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6호
이번 주의 생각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이 고이고, 이제는 덤덤히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야기를 하다가도 목이 멘다. 또 이 순간이 너무 좋아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고 생각할 때면 이미 두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덜컥 차오르는 이 눈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화제를 돌리고 먼 곳을 바라보며 참으려 애썼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감정을 참아내지 못한 날이 많았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소연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너의 눈을 보는 게 이상하게 반가워.
이 말을 들으며, 나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보고 싶은 얼굴이 우는 모습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그 사람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가식적인 정적을 깨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에는 토마스네 가족이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신호등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울먹거리는 나를 보며 패티가 말했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참을 필요 없다고, 그 눈물이 마음을 전달한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품에 안겨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려버렸다. 슬픔과 아쉬움이 덜어지지는 않았지만 내 진심이 그들에게 가 닿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신호등을 건너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울고 싶은 기분이 들면 앞으로는 울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아내는 얼굴보다 눈가가 벌게진 얼굴을, 단단하기보다는 인간적인 그 얼굴을 반가워할 사람이 내 주위에 더 많은 것 같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이석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작년 여름, 뉴욕에 갈 때 챙겼던 책이다. 어둑어둑한 비행기에서 친구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었다.
있지 그거 알아? 상처가 쉬 날 때보다 긁혀도 표 하나 없이 둔감해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 내 마음이 이렇게 튼튼해졌구나 하는 기쁨보다는 어쩐지 나이가 든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통증은 통증 자체로 건강함의 징표라잖아. 가끔 예전만큼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아서 어지간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면 굳은살이 너무 많이 배겼구나 싶단 말이지. 그거 좋은 거 아닌데. 외롭지 않다는 거 자랑 아니잖아. 근데 넌 자꾸 외롭지 않다고 주변에 자랑을 하려들거든? 곁에 아무도 없으면 외롭다고 느끼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그러는 거지. 씩씩함이 과하면 그건 씩씩한 게 아니라 너 스스로 가장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실제로는 안 그런데 난 안 힘들다고 자기도 모르게 기를 쓰고 있는 거지.
자신을 지독히 불태운 대가로 그는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다. 남김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좋아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엄청난 일일까.
지금의 내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고 진실이 무엇이든 그 행위를 멈출 수 없다면.
Movie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곰과 생쥐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편견을 넘어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으윽 사랑스러워!!! 이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따스한 영화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보자. 앞으로도 아주 많이.
어네스트, 우리 신나는 모험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네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셀레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