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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Oct 08. 2020

우는 얼굴

가을 6호


이번 주의 생각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이 고이고, 이제는 덤덤히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야기를 하다가도 목이 멘다. 또 이 순간이 너무 좋아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고 생각할 때면 이미 두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덜컥 차오르는 이 눈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화제를 돌리고 먼 곳을 바라보며 참으려 애썼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감정을 참아내지 못한 날이 많았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소연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너의 눈을 보는 게 이상하게 반가워.


 말을 들으며,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보고 싶은 얼굴 우는 모습이었다는  알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사람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가식적인 정적을 깨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에는 토마스네 가족이 뉴욕으로 돌아가기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신호등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울먹거리는 나를 보며 패티가 말했다. 눈물이   같으면 참을 필요 없다고,  눈물이 마음을 전달한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말했다.  말을 듣고는 품에 안겨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려버렸다. 슬픔과 아쉬움이 덜어지지는 않았지만  진심이 그들에게  닿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신호등을 건너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울고 싶은 기분이 들면 앞으로는 울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아내는 얼굴보다 눈가가 벌게진 얼굴을, 단단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얼굴을 반가워할 사람이 내 주위에  많은  같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이석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작년 여름, 뉴욕에 갈 때 챙겼던 책이다. 어둑어둑한 비행기에서 친구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었다.

있지 그거 알아? 상처가 쉬 날 때보다 긁혀도 표 하나 없이 둔감해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 내 마음이 이렇게 튼튼해졌구나 하는 기쁨보다는 어쩐지 나이가 든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통증은 통증 자체로 건강함의 징표라잖아. 가끔 예전만큼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아서 어지간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면 굳은살이 너무 많이 배겼구나 싶단 말이지. 그거 좋은 거 아닌데. 외롭지 않다는 거 자랑 아니잖아. 근데 넌 자꾸 외롭지 않다고 주변에 자랑을 하려들거든? 곁에 아무도 없으면 외롭다고 느끼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그러는 거지. 씩씩함이 과하면 그건 씩씩한 게 아니라 너 스스로 가장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실제로는 안 그런데 난 안 힘들다고 자기도 모르게 기를 쓰고 있는 거지.
자신을 지독히 불태운 대가로 그는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다. 남김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좋아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엄청난 일일까.
지금의 내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고 진실이 무엇이든 그 행위를 멈출 수 없다면.


Movie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곰과 생쥐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편견을 넘어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으윽 사랑스러워!!! 이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따스한 영화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보자. 앞으로도 아주 많이.
어네스트, 우리 신나는 모험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네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셀레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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