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 magazi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두 Oct 27. 2017

#9 나비가 되고 싶었다

젊음은 신이 나에게만 준 선물이 아니다.

나비가 되고 싶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도 반대편에선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는

나비효과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두운 창고에 갇힌 나방처럼

나의 날갯짓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 누구를 위함이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옹알이하듯 나의 행동들은 정해진 틀 없이 막무가내였다.


나비효과를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행동이, 짧게는 몇 년에서 몇십 년 뒤의 일이 될지 모르지만

나를 위함이 아니길 바란다고.


인생을 80세까지라고 한다면, 1/4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 것이고

남은 3/4중 또 1/4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죽을 것이다.


20년간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하고 고민했다. 하나를 정하지 못하고 계속 변하는 나의 꿈들과 비전들에 나의 날개는 젖은 듯 더 이상 흔들리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이럴 때면 나는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

점점 강한 것들로 나를 채워나갔다. 짧게는 무전여행을 간다든지, 길게는 해외여행을 가고 이제는 해외에서 살기로 한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 속에 섞이면, 나의 과거와 학벌과 나의 성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알았다. 나비는 나비고 나는 나였다.

꿀벌이 강해지고자 말벌이 사는 집에 가는 것은 그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란 걸.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난 수천, 수만 번의 날갯짓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 하는 날갯짓이 아니다.

비록 지금 볼 수 없지만 훗날 받을 열매를 위해 씨앗을 심기로 했다.


젊음은 신이 나에게만 준 선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젊음의 시절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젊음을 언제 까지냐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난 아직 늦지 않았다.”


2012년 호주에서 내 스물여섯 생일날

매거진의 이전글 #8 아멘 다음이 중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