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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 Mar 17. 2019

하늘의 빛을 가리다

땅의 빛, 하늘의 별

하늘의 빛을 가리다


서호주 퍼스라는 도시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어디쯤 들어섰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불빛 하나 없는 아주 어두운 곳이었다.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어둠에 삼켜질 것만 같은 도로 위를 우리들은 자동차 라이트만 의지한 체 이동하고 있었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도로 밖으로 차를 옮겼다. 라이트는 켜 둔 체 시동을 껐다. 라이트가 밝히는 곳으로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농장지대와 작게 들리는 벌레소리는 우리를 안정시켰다.


조금 쉬었다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야생동물들의 위협에 대비해 라이트를 껐다.


(침묵)


칠흑 같은 어둠과 대면했을 때 우린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과 마주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면서 봐왔던 별들을 합쳐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별이었다. 별들은 자동차의 라이트보다 작은 빛을 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들은 당장 자동차 본넷 위에 누웠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별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 별들을 못 본 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을까.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늦은 밤에도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의 빛은 넘쳐난다. 정신없이 붙어있는 네온사인 같은 땅의 빛은 사람에게 하늘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성경에서 빛이란 선함을 일컫는 용어로 빛이신 하나님의 자녀들은 ‘빛’ 그 자체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라고 하셨다. “빛이 돼라”가 아니라 “빛이라”라고 하셨다.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있던 초대교회를 보면 강력한 말씀과 기도운동으로 성도들은 큰 은혜를 받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예수님을 닮은 아름다운 빛을 가졌었다. 


현대시대에는 박해도 없을 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해서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을 대신해 채운 그것들은, 자동차의 라이트처럼 잠시의 안정 또는 삶의 일부분만을 비춰줄 뿐이다.


우리들은 모두 하나의 빛을 가진다. 별과 같은 빛을 가진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러했듯 우리는 땅의 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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