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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ul 27. 2018

나는 어쩌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되었나.

저탄고지 라이프스타일러의 탄생

아니,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요?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민중에게 던진 말이라고 전해집니다. (물론 위의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현재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볼까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쩌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탄고지 식이요법에 너무나 박학다식했던 그녀는 빵을 먹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너무나 자애로웠던 그녀는 빵을 달라는 민중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빵은 몸에 해로우니, 대신 고기를 먹고 지방을 섭취하세요.

이런... 만약 그녀가 21세기를 살고 있었다면, 풍부한 탄수화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가 살았던 시기는 18세기여서 그녀의 모든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죠.




흠흠. 잠깐 동안의 이상한 상상은 접어 두겠습니다.


제가 제 몸의 이상을 감지한 때는 2014년이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술과 야근, 스트레스와 더불어 매일같이 먹는 정제 탄수화물로 인해 내 몸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죠. 살은 점점 쪘고, 피부에는 계속 울긋불긋한 여드름이 나고 있었으며, 머리숱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나이가 들면, 사회에 적응하면 누구나 겪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2016년 봄이 되면서, 제 몸은 결국 보이콧을 외쳤습니다. 더 이상 저의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겁니다.


현상은 이랬습니다. 머리에 안개가 끼인 것 같이 멍~한 상황이 지속되었고, 단기 기억력이 너무 떨어졌죠. 평상시에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어버버' 거렸습니다. 심지어 내가 말하고 있는 주제를 나 스스로가 까먹을 정도였죠. 처음에는 과로로 인해 '번아웃 증후군'이 온 거라 단순히 치부했습니다.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버텼죠. 하지만, 이러한 '브레인 포그'는 결코 단순하게 쉬는 것만으로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브레인 포그는 다음과 같이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기억력 저하 - 일 능률 저하 - 상사의 구박 - 스트레스 - 폭식 - 기억력 저하 - ...


날 깨워주지 않았다면, 익사했을 겁니다.

한 때는 아주 절망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는 저의 향후 미래가 너무나 어두워보였죠. 폭풍우에 휩쓸린 난파선 위의 한 선원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폭풍 속에서 널빤지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심경이었습니다. 살짝만 포기하면 금방이라도 꼴깍 물에 잠겨버릴 그럴 사람이었죠.


다행히 저를 믿어주었던 부모님, 형, 그리고 친구들 덕분에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위해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아보기로 결심했죠. 그때부터였습니다. '나'라는 실험대상으로 n=1 바이오 해킹을 시작한 것이.



Bio-Hacking : 내 몸을 하나의 컴퓨터처럼 여기고, 작동하는 원리를 파헤쳐 내 몸에 대해 이해하는 것.

영양제를 탐독했습니다. 비타민 A부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하나씩 먹어보며, 브레인 포그를 개선시켜주는 영양제를 파악했죠.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나의 브레인 포그가 진균감염증상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고, 탄수화물 대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칸디다 클렌저, 마늘 요법, 오레가노 오일, 저항성 전분 및 비타민B12, 레시틴, 홍경천, 크롬 등 여러 영양제들이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죠.

제가 먹던 영양제의 한... 1/5정도 되네요. 이제는 거의 먹지 않는 남아있는 영양제들.

하지만 영양제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20종류(20개가 아니라, 20종류)가 되는 영양제를 매일 먹으며 생활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양제들은 저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칸디다 식이요법'으로 처음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접했습니다. 제 '브레인 포그'의 원인이 칸디다/진균 감염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먹고사는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느껴졌죠.


유레카! 정말 빛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흐려져 있었던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늘어났던 뱃살도 차츰 들어갔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브레인 포그를 개선하면서 그동안 떨어졌던 자존감도 많이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습니다. 탄수화물이 두려워진 나머지 식사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입니다. 약간의 거식증 증세처럼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고, 살쪘던 과거와는 다르게 허약하게 말라갔습니다. 약간의 현기증이 항상 있었고 하루 종일 에너지 없이 쳐져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방탄 커피 레시피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 후배가 "대리님 어차피 탄수화물 안 드시면, 미국에 방탄 커피가 유행이라던데 한 번 드셔 보시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렇게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에 고지방을 더해 저탄고지 라이프가 완성이 되었죠. 그렇게 지금 제 건강은 거의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 짙은 어둠을 걸어왔는데, 다 지나고 나니 별 것 아닌 것을 훌훌 털어낸 느낌입니다. 반면, 누군가는 과거의 나처럼 그렇게 짙은 어둠 속을 걷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누군가의 빛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빛이 있는 방향은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빵은 몸에 해로우니, 대신 고기를 먹고 지방을 섭취하세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믿지 않고, 회의감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욕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식단보다 과학적이며, 제 인생을 다시 살게 해 준 이 식이요법을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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