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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Oct 03. 2018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1부

포화지방이 위험하다는 가설이 진실로 포장되다.

안녕하세요. 키토제닉 라이프스타일러 로우입니다. 


저는 지방을 2년 넘게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은 위험하지는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분들 한 분 한 분의 오해를 어떻게 하면 잘 풀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하고요. 


오늘은 미국에서 시작된 식이요법과 건강과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씌워진 지방의 누명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가정이, 진실로 포장되다.

과거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사람들만큼 질병에 대한 의식적인 두려움이 적었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암,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인데요. 그때의 사람들은 아침으로 빵 한 조각과 함께 계란과 버터에 구운 베이컨 등을 먹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암으로 죽거나, 심혈관질환으로 죽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노출이나 힘이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고, 대부분 작은 사회, Small Community에서 살아가고 있었죠. 


하지만 1900년대 중반 각종 질병에 대한 발병률이 높아지고,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면서 질병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의사와 과학자(여기서 과학자는 보통 병리학자를 의미합니다)들은 본인들의 지적 호기심과 일반 대중들의 알 권리, 그리고 산업적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질병의 원인들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발병률이 높았으며 동시에 가장 치명적이었던 심장질환은 그 연구대상의 1순위였음은 당연했죠.


앤설 키스(Ancel Benjamin Keys)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바로 미네소타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병리학자였던 앤설 키스(Ancel Benjamin Keys)였습니다. 이름답게, 지방에 누명을 씌운 중요한 열쇠 같은 인물이죠. 앤설 키스는 저명한 의사라기보다는 마케팅의 고수였다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을 짚어내고 키워드를 뽑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까지. 음...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 아니, 어쨌든 이 사람이 지방에 누명을 씌웠습니다. 


1950년대까지 사람들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을 부검한 결과, 혈액과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등식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심혈관질환자의 혈액과 혈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다
→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
혈관에 불 끄러온 소방수를 방화범으로 부르는 격...

과거에는 과학적인 정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혈관 질환에 걸리기 쉽다'라고 생각하게 되죠. 이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별을 제대로 가리키지도 않는 손가락을 보는 격이죠.


이렇게 부각된 콜레스테롤의 존재에 대해 실험하는 도중, 1952년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대사연구소 연구진은 동물성 지방이 식물성 지방보다 콜레스테롤을 더 올리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방의 종류에 대한 연구에서 조금 뒤처져 있던 앤설 키스는 이 연구와 기타 콜레스테롤 연구에 주목하면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하게 됩니다.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므로) 심장병에 걸린다. 

심장병에 걸린 사람들은 비만이 많다. 

지방(Fat)을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Fat).


앤설 키스의 6개국가 연구 / 예루살미의 표본의 취사선택 비판자료

앤설 키스는 1952년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발표에서 '식단-심장' 가설을 발표하고 6개 국가의 지방 섭취와 심장질환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줍니다(6개국 :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일본).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제이컵 예루샬미 등)은 이 연구의 데이터는 취사선택되었고, 일관성이 없다고 반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키스는 자료 자체의 오류가 있는 부분은 제외했다고 방어하였죠.


이때, 시기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5년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이죠.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주목하면서 심장병의 원인에 주목하게 됩니다. 키스는 그 상황을 기회로 판단하였죠. 아이젠하워의 주치의였던 폴 더들리 화이트와 친분을 쌓은 키스는, 본인의 '식단-심장' 가설을 그에게 설득하였습니다. 심장병의 원인은 그때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었던 상태에서 빠른 입장표명이 필요했던 화이트에게는 그의 확실한 주장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었겠죠.


타임지에 실린 미스터 콜레스테롤(Mr. Cholesterol)

이에 따라 화이트는 기자회견에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관계, 그리고 포화지방의 위험성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주장하고 있던 키스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얻게 되죠. 한 마디로 심장병 연구에서의 가장 높은 권위자로 등극하게 됩니다. 


이 명예에 힘입어 키스는 미국 공공보건국으로부터 2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아 7개국 연구(7 Countries Study, 미네소타 대학, 1958)를 실시하게 됩니다. 7개국 연구는 미국, 이탈리아, 핀란드, 그리스, 네덜란드, 일본, 유고슬라비아(현재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로 분리)의 12,763명의 식습관을 조사하여 식습관과 심장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라고 발표한 것인데요. 하지만 그 자료 수집 방법이 종이나 구두 설문조사에 근거하고 있고, 조사 방법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으로는 호랑이 등에 탄 앤설 키스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앤설 키스의 가설은 널리 알려져 사실 상 정설이 되어 버렸고, 연구의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거나 심장병의 다른 범인을 내세우기 전까지는 그의 가설이 옳은 것으로 추정되었죠. 과학자는 끝까지 결과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역시 그는 과학자라기보다는 마케터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 1961년은 앤설 키스에게는 아주 중요한 해였습니다. 미국 심장학회의 지지를 얻게 되고, 타임지에서 심장병과 포화지방을 주제로 표지 모델이 되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는 중요한 해였죠. 타임지에서는 '미스터 콜레스테롤, Mr. Cholesterol'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심장병의 대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정설로 믿어지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미국의 행정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식이지방을 15%로 줄이고, 포화지방의 섭취를 17%에서 4%로 줄이라는 그의 말을 인용하여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낮추라는 식단 권고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포화지방이 문제라는 여러 가지 논문과 연구들에 막대한 연구비가 지원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윌리엄 주켈, 말호트라, 피트 아렌스, 알브링크, 레이먼드 라이저, 스테판슨, 조지 맨 등 여러 과학자들이 키스의 가설과 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심장병과 포화지방과의 연관성은 적었고, 정제 탄수화물을 줄인 식단이 더 효과가 있었으며,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콜레스테롤의 양과는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들이었습니다. 

기호지세 : 호랑이에 올라탄 형세. 이미 대세를 탄 상황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말.

정말 기호지세였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지원한 '식단-심장' 이론(이미 이때는 이론 수준이 되었죠.)을 철회할 수 없었습니다. 지방의 섭취를 줄이라는 식단 지침은 발표되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이론에 힘입어 성공가도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죠. '포화지방=심장병'이라는 인식이 퍼질수록, 이를 돌이켜 세우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누명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죠.


<2부에서 계속>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1부(현재글) : 포화지방이 위험하다는 가설이 진실로 포장되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2부 : 동물성 대 식물성이라는 이상한 대립구도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3부 : 관료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돌이킬 수가 없었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4부 : 악당이거나, 영웅이거나.


이 글은 니나 타이숄스(Nina Teicholz)가 쓴 <지방의 역설, 시대의 창, 2016>을 참고하였습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시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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