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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Oct 19. 2018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4부

악당이거나, 영웅이거나.

악당을 가려내는 놀이에 빠지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지방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1970년대 전까지는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라는 이야기를 주를 이루었다면, 1980년부터의 영양섭취 가이드라인은 그 반대로 어떤 영양소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1번 악당. 총 콜레스테롤

미국심장협회가 저지방 지침을 발표하고 난 뒤, 식품과 관련된 산업 / 여성 및 소아과 학회 등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전 시간에도 설명드린 것처럼, 식품 생산체계를 저지방 / 저콜레스테롤 위주로 변경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어린이 / 여성들에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일찍부터 낮출 수 있도록 콜레스테롤 저하제(콜레스테라민)의 복용을 권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심장-콜레스테롤의 연관성을 검증해주는 것으로 여겨졌던 프레이밍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 1948-2000s)에서 총 콜레스테롤과 심장질환과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자 총 콜레스테롤을 문제 삼는 풍토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2번 악당. LDL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 의미를 잃자, 과학자들은 다른 원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악당으로 주목받는 콜레스테롤이 바로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중성지방(V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서 각각 다르게 움직인다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요. 


1980년대에 이르러 프레이밍햄의 후속 연구에서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강하게 줄어들자,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반면, LDL 콜레스테롤은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었죠. 우리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그 인식이 여기서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제약회사의 이익과 이러한 주장이 일치되기 시작합니다. 제약회사에서 연구를 거듭해도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약물을 개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반면,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약물의 개발에는 성공하게 되죠. 바로 '스타틴'이죠. 그래서 제약회사는 언론을 통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후의 결과는... 제약회사의 막대한 이익과, LDL 콜레스테롤이 나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남았습니다. 


3번 악당. 열대 기름(특히 말레이시아의 팜유)

그리스의 올리브 오일처럼, 팜유(또는 야자유)는 말레이시아 국가의 대표 상품이었습니다. 일종의 수출 효자종목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포화지방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이러한 열대 기름에 대한 불매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코코넛유에는 약 90%가, 팜유에는 약 50%가 포화지방이었기 때문에 아주 건강하지 않은 기름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죠.  


다행히도, 말레이시아의 팜유 연구소장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열대 기름에 대한 포화지방 표시 의무화를 저지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 언론들과 있었던 포화지방에 대한 언론 전 때문에, 소비자의 식탁에서는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다.

1번 영웅. 트랜스지방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 시킨 마가린

당시 트랜스지방은 식품업계에 샛별처럼 등장한 영웅이었습니다.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기름(액체)에 수소를 첨가하여 고체화시킨 경화유입니다. 다중불포화지방에 수소가 첨가되면 포화지방처럼 상온에 고체로 변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죠. 이러한 고체의 식물성 기름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버터의 아주 좋은 대체제로 여겨졌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표어>

식물에서 나온 건강한 버터, 마가린

음식 냄새가 가득한 주방이 아니라 이제는 더 산뜻하게, 마가린.

버터의 풍미와 촉촉한 촉감을 동시에, 마가린.


이러한 트랜스지방의 영웅행세에 제동을 건 사람은 바로 프레드 쿰머로우 박사(Fred August Kummerow, 1914 – 2017)입니다. 일리노이 대학교 교수인 쿰머로우 박사는 트랜스지방과 관련된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트랜스지방을 우리의 식단에서 제외해야한다고 밝혔죠. 마가린으로 재미를 보고 있던 식품업계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연구를 지속하였고, 결국 마가린은 트랜스지방의 위험성이 밝혀지며 식품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이하고 맙니다. 


2번 영웅. 채식주의

1980년대 이후 채식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채식주의의 대표주자는 딘 오니시 박사(Dean Ornish, 1953 - 현재)였습니다. 딘 오니시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주민 21명을 대상으로 채식주의 실험을 했는데, 동맥과 혈류의 흐름이 확장되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심장의 치유자'라는 유명세를 얻게 되죠. (단 21명의 샘플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유명세를 얻는건 조금 납득이 쉽지 않죠.)


(왼쪽) 앳킨스 박사 / (오른쪽) 딘 오니시 박사

그 때 당시는 앳킨스 다이어트(Atkins Diet)가 1972년에 소개되어 논쟁거리가 되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은 육식을 대변하는 앳킨스 다이어트와, 채식주의를 대변하는 딘 오니시 다이어트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딘 오니시 박사의 승리였습니다. 


앳킨스 박사는 임상으로 치료한 경험은 많았으나, 이론을 뒷받침하는 논문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 앳킨스 박사가 사망하고 난 뒤, 그 원인이 심장질환이라는 루머까지 돌게 되었죠. 여론은 좋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앳킨스 박사의 죽음이 앳킨스 다이어트에게도 죽음의 선고를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후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품을 판매하던 앳킨스 주식회사도 파산의 길을 걷게 되면서, 다이어트 시장의 패러다임은 채식주의가 가져가게 됩니다. 


근래에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가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사에 대비하여 더 건강하다는 연구결과(참고링크)가 주목을 받으면서, 채식주의에 대한 인식이 조금 위태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는 그동안 쌓아왔던 '건강'에 대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인류의 식량난, 지구 환경 보존과 이산화탄소 저감을 함께 이야기하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죠.

딘 오니시 박사의 TED 영상, 채식이 몸에 좋은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저감, 지구 환경 등 좋은 이미지만을 설명한다.


3번 영웅. 올리브유와 지중해식단

우리의 식탁을 구제해 줄 것으로 여겨졌던 세 번째 영웅은 올리브유와 지중해식단입니다. 지중해 식단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신선한 샐러드와 과일, 리코타치즈와 올리브오일, 그릭요거트와 발사믹 식초 등 어쩐지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음식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지중해식 식단의 이미지 =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먹는 신선한 음식

지중해식 식단이 이렇게 유명해지고 건강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안토니아 트리초폴로와 안나 페로루치, 두 인물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적의 두 사람은, 지중해라는 공통점으로 식단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 그리스 식단의 공통점이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리브유, 와인, 채소와 과일, 견과류와 달걀, 치즈 등의 공통된 이미지를 뽑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2010년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습니다. 바로 지중해 식단, The Mediterranean Diet가 UNESCO가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중해의 건강하고 활력넘치는 이미지와, 올리브유의 단일불포화지방이 건강한 것으로 결론내린 여러가지 연구결과들 덕분이었습니다. 


지중해 식단은 식이지방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모두 갖습니다. 지방을 먹는 것에 대한 세계인의 공포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산화가 덜 되는 단일 불포화지방인 올리브유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동물성 기름에 대한 혐오와 식물성 기름에 대한 선호도를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포화지방의 누명을 가속화한 측면도 존재하죠.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에는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악당으로 묘사가 되었으며, 트랜스지방 / 채식주의 / 올리브유 등은 식탁을 구제할 영웅으로 그려졌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많은 책들과 연구들에서 기존의 악당들에 대한 누명이 차츰 벗겨지고 있습니다. 기존 영웅들에 대한 부정적인 면모도 하나 둘 밝혀지고 있죠.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우리 몸이 기능하는 원리와 건강에 대해 새로운 상식이 자리잡을 지 모릅니다. 


저는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1부 : 포화지방이 위험하다는 가설이 진실로 포장되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2부 : 동물성 대 식물성이라는 이상한 대립구도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3부 : 관료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돌이킬 수가 없었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4부(현재글) : 악당이거나, 영웅이거나.



이 글은 니나 타이숄스(Nina Teicholz)가 쓴 <지방의 역설, 시대의 창, 2016>을 참고하였습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시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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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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