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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Oct 14. 2018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3부

관료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돌이킬 수가 없었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담론이 국가를 지배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장발작이 대대적으로 이야기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러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엄청나게 뜨거웠습니다. 특히 Time 지에서 Mr. Cholesterol로 유명세를 떨친 앤설 키스(Ancel Keys)와 그의 추종자들로 인해서 이러한 위기의식이 더 널리 퍼졌고, 답안을 요구하는 민중의 요구가 거셌죠.

미국 상원의원 조지 맥거번

그래서 1977년 미국 상원의원 조지 맥거번(George McGovern)은 "영양과 인간의 필요에 관한 상원 특별 위원회(the Senate Select Committee on Nutrition and Human Needs)"를 조직하여 '치명적인 질환과 식단의 관련성'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산업계(농업분야 vs 축산분야)의 논쟁과 과학계(식단-심장 가설 지지파 vs 반대파)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아직 어떤 것으로 결론을 내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였죠. 과학적으로도 아직 논쟁이 뜨거운데, 하물며 그걸 국민에게 권고하는 것이라니...


하지만, 미국 상원의 보고서는 아래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국민에게 식단 권고안을 안내하고 맙니다. 

1977년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 보고서의 권고사항

1. 탄수화물 섭취량 증가시킬 것.(55~60%까지)

2. 지방 섭취를 30% 이하로 줄이고,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포화지방, 단일불포화지방, 다가불포화지방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출 것.

3. 콜레스테롤 섭취를 하루 300mg 이하로 줄일 것.

4. 설탕 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15%로 줄일 것.

5. 소금 섭취를 하루에 3g 이하로 줄일 것.


어떻게 이렇게 한쪽에 편향된 의견을 낼 수 있었냐고요? (1) 이미 식단-심장 가설의 도그마가 학계의 주류를 지배하고 있었고, (2) '식단-심장' 지지자들의 정치적 / 언론적 영향력이 강했으며, (3) 국민적 여론을 빠르게 잠재우고자 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죠. 조지 맥거번은 최종 정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1977년 보고서를 완성, 발표하게 됩니다. 


1977년 발표된 상원의원의 영양 식단 권고안


"...science cannot at this time insure that an altered diet will provide protection from certain killer diseases such as heart disease and cancer."

- 과학은 현재 변화시키려는 식단(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으로 심장병이나 암과 같이 사람을 죽이는 질병을 보호해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권고안에 들어간 식단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보고서 내의 삽입되어 있는 이 문구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걸 발표한 정치인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대중의 요구에 대하여 시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는 맞았고, 그때 당시를 지배하고 있던 도그마가 '식단-심장' 가설이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론으로 도출되는 것이 당시의 상식으로는 타당했겠죠. 전 1977년 보고서에 위와 같은 내용을 넣은 것은, 오히려 객관적인 견해를 고수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그 당시 '식단-심장' 가설에 태클을 걸만한 조직을 구성하지 않은 반대파가 정치인과 보다 친하게 지내고, 언론적인 이슈를 만드는 능력 등이 부족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랬다면 지금 미래는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을 탠데요.


워싱턴의 관료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하다.

“미국 영양학회”는 발표된 식단과 질병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공식적인 대책위원회를 조직하였고, 대표는 식단-가설의 반대자인 피트 아렌스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1979년 권장식단에 대한 최종 검토보고서에서 아렌스 팀은 지방이나 포화지방을 줄이면 심장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에 ‘회의적‘임을 발표하였죠. 미국과학위원회(NAS)와 미국의사협회도 해당 가설에 반대하였습니다. 과학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식단 권고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한 번 움직인 공룡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식단-심장' 가설의 대표주자였던 하버드의 마크 헥스테드는 아래와 같이 주장했죠.

식단 개선 목표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왜 바꾸면 안 되는가'

그의 주장은 콜레스테롤과 심장질환이 연관성이 높으니, 어쨌든 포화지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었죠. 식단 권고 체계 수립과 식단 타당성 검증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미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80년 2월에 마크 헥스테드는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the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미국 농무부, 미국 보건복지부 두 부서와 함께 작성하여 발표하게 됩니다. 확실히 '심장-식단' 가설의 지지파는 행동력과 정치력이 강했던 것을 볼 수 있죠. 


이렇게 한 번 더 식단에 대한 권고가 발표되자, 미국의 농무부 등의 관료집단의 시스템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체적인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을 작성하여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죠. 또한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 부서를 신설하여 콜레스테롤의 위험성과 저지방 식단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먹지 말라고 했던 과거들.

이렇게 바뀐 국가의 시스템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국가 전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 바로 식량과 식품 생산체계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이러한 식단 지침이 기름기가 적은 가축 품종 개량을 촉진하고, 저지방 우유를 개발하게 하고, 식물성 기름과 마가린의 섭취를 장려하고, 달걀노른자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죠. 


이후 식단 가이드라인(Dietary Guidelines)을 작성하여 배포하는 국가적인 흐름이 지속되었습니다. 1990년에는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5년마다 식단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여 배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되며, 현재 존재하는 미국 국가 공인 식단 가이드라인의 제도가 마련되게 됩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미국 식단 가이드라인 공식 홈페이지 'ChooseMyPlate.gov'>


그리고 현재까지 안타깝게도 저칼로리 식사, 저지방 식사가 가장 건강한 것으로 많은 대중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죠. 


참고 : https://health.gov/dietaryguidelines/dga2005/report/HTML/G5_History.htm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1부 : 포화지방이 위험하다는 가설이 진실로 포장되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2부 : 동물성 대 식물성이라는 이상한 대립구도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3부(현재글) : 관료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돌이킬 수가 없었다.

지방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의 역사 4부 : 악당이거나, 영웅이거나.



이 글은 니나 타이숄스(Nina Teicholz)가 쓴 <지방의 역설, 시대의 창, 2016>을 참고하였습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시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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