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드 커피
그는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단골이다.
매일 오전에 휴대폰을 켠 채 유튜브를 보면서 오피스텔과 연결된 뒷문으로 들어와 레쓰비 캔커피를 하나 사간다.
때때로 1+1 할 때만 늘 같은 브랜드의 물티슈도 산다.
짧게는 한 시간, 아니면 서너 시간 후에 다시 레쓰비 캔커피를 하나 사간다.
내 다음 근무자에게 물으니 저녁 시간에도 레쓰비 캔커피를 한 두 차례 사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레쓰비 손님이라고 한다.
그는 카드 결제는 안 하고 현금으로만 결재한다.
커피를 사서는 다시 오피스텔과 연결된 뒷문으로 나간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어가니 그는 그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거리와 연결된 편의점 앞문으로 나간 기억이 거의 없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두껍지 않은 검정 츄리닝을 입고 늘 맨발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온다.
비교적 짧은 머리에 무척 말랐고 50대 한국 남자 평균 키다.
이렇게 쓰고 읽어보니 꼭 소설 속의 주인공 같다.
그렇지만 그는 무심한 듯 얽히고설켜있는 우리 이웃이다.
나는 가끔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한다.
그는 오피스텔 12층에 살고 있고,
편의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씩씩하게 올라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