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오늘 아침,
둘째 삼촌이 향년 80세로 돌아가셨다.
다행히 오늘은 편의점 알바가 없어 남편과 서둘러 장례식장에 갔다.
숙모가 전해주신 얘기다.
어제 저녁 잘 잡수시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배가 자꾸 아프시다고 하셨다.
너무 이른 시간이니 좀 있다 병원에 가자며 소파에 앉으시다 쓰러지셨다.
그 후 삼촌은 의식을 잃었고
숙모는 119를 불러 대학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차에서 정신이 드신 삼촌은
숙모에게 연명치료하지 말고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 보내고 나서 삼촌이 나중에 가려 했는데 먼저 가게 돼서 미안하다고 숙모에게 반복하셨단다.
구급대원이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으니 죽지 않으신다고 말해주었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18분 만에 삼촌은 돌아가셨다.
둘째 삼촌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다.
딸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미국인과 결혼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이 되었다.
그 딸은 삼촌의 자랑이고 보람이다.
그 딸이 삼촌의 부음을 받고 곧장 날아와도 내일 도착이다.
아들은 한국에서 결혼 후 이혼하고 태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잘 풀리지 않아 삼촌이 늘 걱정을 하셨다.
아들은 태국에서 오늘 저녁 늦게서야 도착한다.
이런 연유로 둘째 삼촌은 평소에 본인이 죽으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가족장으로 하라고 숙모에게 일러두셨다.
자식들이 모두 외국에서 살고,
나이 든 숙모가 혼자 답례를 할 수 없으니 조용히 가시겠다고.
그리고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당부하셨다.
장례식장에는 다른 삼촌과 숙모, 그리고 사촌들이 속속 모였다.
오늘 돌아가신 삼촌의 배우자인 숙모가 오랜만에 만나는 나를 가만히 보시더니 말했다.
"너희 아빠랑 똑같네"
그러자 저만치 있던 막네 이모가
"맞아, 딱 형부 얼굴이야" 맞장구를 친다.
환갑이 지나 오랜만에 듣는 돌아가신 아빠를 닮았다는 말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느끼지 않은 감정이다.
건너편에 앉은 큰삼촌의 딸 M를 본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삼촌의 얼굴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릴 때 본 H는 말하지 않아도 막내삼촌 딸이란 것을 알겠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은 나이가 드니 더욱 그들의 부모를 닮아 있다.
삼촌의 장례식장에서
나는 살아서 애도하는 가족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다른 가족들의 얼굴도 마주한다.
오늘 돌아가신 둘째 삼촌도,
오래전에 돌아가신 우리 아빠와 큰삼촌도
완전히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
사촌 동생들을 통해,
그리고 나를 통해,
지금 이곳에 남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