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대타

다른 매장에서

by 나무 옆 벤치

우리 편의점 사장님은 10개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동네 전철역과 바로 연결되는 오피스텔 건물 1층에도 사장님의 편의점이 있다.

오늘은 이곳에서 내가 아내 사장님 대신 알바를 하기로 했다.


오후 2시부터 9시까지인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무척 많다.

이 건물 1층과 지하엔 다이소, 스타벅스, 올리브영 그리고 치킨집 등 다양한 음식점이 입점어 있다.

그래서 유동 인구도 많은가 보다.


--젊은 남자 손님이 1.6리터 맥주 4병, 소주 3병, 과자 두 봉지를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그는 아예 큰 장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내가 계산하며 이게 모두 몇 인분이냐고 물으니,

그는 4인분이라며 웃는다.

그의 큰 장바구니 안에는 이미 다른 먹거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내일은 일요일,

느긋하고 기대되는 토요일 오후다.


처음에는 길가에 접한 편의점이 아 건물 안에 있어 손님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는 경우가 자주 있어 내 마음도 분주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유난히 단아하고 예쁜 여자 손님이 들어온다.

살짝 스치듯 지나가는 얘기가 집에 들렀다 가라는 남자의 권유다.


나는 쉴 새 없이 손님들을 맞이한 후 매장에 손님이 없자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조곤조곤 얘기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모니터 회면을 보니 아까 들어왔던 그들이 키가 큰 진열대 사이에서 컵라면을 든 채 얘길 하고 있다.


매장이 조용한 것이 어색했는지 그들이 먹거리를 여러 개 가지고 계산대로 온다.

10리터 종량제 봉투에 아이스 콘 두 개, 컵라면 두 개, 나무젓가락 두 개, 음료수도 두 개씩 담은 뒤 손을 잡고 떠났다.


여기 오피스텔은 지상 30층까지 있다.

2000세대 남짓 되는 것으로 안다.

내가 소속된 편의점 건물에 비해 엄청 크다.


--70대 중반의 님이 모직으로 된 마린 캡을 쓰고 들어온다.

그는 겉옷 안에 양쪽으로 각각 작은 크로스 백을 메고 있다.


두유를 산 그가 병 입구에 있는 비닐을 여러 차려 제거하려는데 안 돼서 내가 도와드렸다.


그는 본인을 화가라고 소개한다.

그에게는 그런 카리스마가 보인다.


그는 요즘은 6호 크기의 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큰 쇼핑백 안에 든 하얀 캔버스를 가리킨다.

그리고 두유를 다 마시고 편의점을 나갔다.


편의점은 물건 오가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잠시 머물기도 한다.


그래서 난 편의점 알바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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