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날 풍경

피어나고 지고 다시 피어나고....

by 나무 옆 벤치

오늘도 편의점 알바를 한다.

거리는 여전히 어두웠지만, 이젠 7시 30분이 되기 전에 동이 튼다.


야간 알바한 청년에게 밤새 바빴냐는 인사를 건네니, 명절 연휴 야간은 다른 연휴랑 달리 그리 바쁘지 않다고 한다.


오늘은 구정이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일을 행한다.

그런데 평소엔 9시를 전후해서 배송되는 냉장ㆍ냉동식품이 오늘은 7시에 배송되었다.

손님이 있어 기사님께 묻지는 못하고 인사만 전한다.


도착한 여러 음식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동안 손님이 뜸하다.

평소 같으면 정리하다 출근하는 손님을 여러 차례 맞아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출근길에 들리는 아들도 모처럼 느긋하게 자고 있을 것이다.


잠시 화장실에 가는데 편의점 옆에 있는 몇몇 상점에는 설연휴 동안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 붙어있다.


결혼한 지 33년, 그동안 해외 거주기간을 빼면 언제나 시댁에서 구정을 지냈다.


시아버지가 구정 즈음에 돌아가신 후에는 우리 집에서 신정 차례와 시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구정에는 혼자 계신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시댁으로 내려갔다.


......

5일 전, 병원에서 퇴원하신 어머니를 우리 동네 요양원에 모셨다.

그리고 구정 당일인 오늘, 나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내가 알하는 동안, 남편과 아이들이 어머니를 뵈러 갈 것이다.


어제 남편과 어머니를 뵙고 오는 길에 우리 집의 설 풍경에 대해 얘길 나누었다.


설귀경 차량행열과 무관해져서 너무 여유롭고, 이제 집안의 중심축이 시댁에서 우리 집으로 뀌었다고.

그리고 우리가 노쇠해지면 그땐 우리 아이들에게로 그 축이 이동 것이고.


그렇게 돌아간다.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나 그렇게 피어나고 지고 다시 피어나고......


여유로운 구정을 지내면서 헛헛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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