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학교 과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를 인류문명의 발달에 있어서 필수 요소들로 지목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숨겨진 하나의 무의식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쓴다. 사상의 자유를 이야기하시는 본 교양의 교수님의 말씀처럼 모든 상황에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나름의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하나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나르시시즘의 정도는 피상적이게 드러나는 경증과 중증을 모두 포괄한다.
왜냐하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문명의 발전과 불평등이 인종이나 지능이 아닌 환경적 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는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망 즉 나르시시즘적 동기가 숨어있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최근 진행한 필자의 심리검사에서 나르시시즘의 가능성이 있다는 귀결이 도출되었기
때문에, 나르시시즘에 대해서 탐구하던 중 본 교양 교수님의 총 균 쇠 수업이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근대에도 나르시시즘의 단어화가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거리의 파토스라는
단어이다. 거리의 파토스라는 단어는 니체가 자신의 사고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서 천한 것들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열정이다.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탁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리킨다. 나는 여기서 거리의 파토스라는 단어는 극심한 자기애를 표현하는 즉, 나르시시즘적 단어라고 생각한다. "천한 것들과 거리를 둔다",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 이런 개념의 편린들이 나르시시즘의 증상에 들어맞는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 논리를 전환하고 싶다.
나르시시즘이 있었기에 발전한 것이 아니라.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었기에 나르시시즘이 생겨 발전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싶다.
환경이 유리했던 유라시아 문명은 생존 여건뿐 아니라,
타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집단적 자기애를 발전시켰다.
이 우월감은 과학, 군사, 제도, 종교 등의 발전을 촉진하는 심리적 연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총은 무기를 뜻한다. 인간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기를 발견시켰으며
균은 생태계를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부메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명은 자신이 만든 균에 의해 멸망하기도 한다.
쇠는 인간의 기술적인 자기 확증이다. 우리가 자연보다 강하다는 믿음의 실체화이며
창조해 내는 것을 창조하는 것으로 이런 능력은 증명된다.
또한 문명은 자기애를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타 집단을 덜 문명화된 존재로 낙인찍었다.
이로 인해 식민지배, 인종차별, 환경파괴가 발생했다.
즉, 나르시시즘은 문명의 엔진이자 동시에 파괴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촉발시키는 것은 바로 나르시시즘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말한 환경적 우위가 나르시시즘적 자기 정당화와 결합하면서
문명의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인류의 발전은 단순히 환경이 낳은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자기애가 타자에 대한 공감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문명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나르시시즘적 문명으로 퇴보할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문명은 총, 균, 쇠가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에 귀의한 서로 간의 존중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나르시시즘적인 나의 사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2년 전부터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사상에 대해서 탐구하기를 애썼다. 그 대상으로는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있었으나 모든 것을 다 대변해주지 못했고, 나의 이런 사고는 멈춘 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나의 이 사고의 진전은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 그저 자연학점을 따기 위해서 들어온 교양 수업에서 즉 이 수업에서 진행되었는데,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사상은 존재하지 않기에 사상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라는 귀결에 도달한 교수님의 통찰력에 정말 감탄했다. 과학수업인 줄로만 알았는데 철학 과학 의학 모든 것을 포괄한 과목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커리큘럼 없이 급조된 수업이었기 때문에 교수님의 지혜들이 계속해서 나왔던 것이었다. 마치며, 교수님의 수업은 무척이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