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선 나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정답은 "YES", 느낌이 강하게 온다 이다.
나는 직전의 처절한 연애 실패 끝에 겨우 겨우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을 처음 봤을 때 나의 느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와, 진짜 내 스타일이다." 였다. 외적으로 내 남편은 완벽한 이상형이었다. 오똑한 콧날에 쌍커풀 없이 또렷하고 맑은 눈, 뚜렷한 턱선, 큰 키. 과장 조금 보태서 금성무와 갓세븐 진영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였다. 일단 나는 외모에서 한 번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대화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한 웃음 코드와 빡침 코드, 연애할 때 바라는 우리의 모습, 삶의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비슷했다. 그 날 우리는 점심에 만나 밤 11시가 되어 헤어졌다. 다음 날 또 일찍 영화보러 가자는 약속을 한 채로.
다음 날 집에 돌아오는 길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나 이사람이랑 결혼하게 될 것 같아." 나도 그 말을 하면서 이상했다. 어떻게 이틀만에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지금 돌아보니 이 네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1. 외적인 호감, 성적 끌림
2. 삶의 가치관
3. 대화가 되는 사람
4. 적당한 경제적 조건
(추가 : 상대도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4가지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다. 조금씩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다 크게 걸리지 않고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특히 대화를 하다보니 이 사람과 나는 뭐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느낌이 오지 않는 경우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
내 친구는 4년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친구는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도 헤어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고, 결혼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했었다. 몇 차례의 헤어짐과 여러 번의 큰 싸움을 지켜보며 나는 결혼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친구와 남자친구는 싸움 끝에 문제 해결 방법을 익혔고 지금은 결혼해서 너무나 잘 살고 있다.
또다른 친구도 8년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친구는 경제적 조건 때문에 결혼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변함없는 애정과 헌신 끝에 친구는 마음을 돌렸다. 조건상 많이 아쉽지만 자신을 서포트해주는 남편이 더 가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좀 더 어릴 때 남편감을 만난 친구들은 보통 이 사람이다!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 정도면 괜찮겠다, 아주 큰 문제는 없다 라는 생각은 공통적으로 해왔다고 했다. 처음엔 그리 맞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져 싫어하는 부분을 건들지 않게 된 것이다. 아주 심각한 결함 - 폭력, 도박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다들 어느 정도 잘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는듯 보였다.
반대로 나는 남편감을 결혼 적령기 즈음에 만났다. 어릴 때와는 달리 왈가닥하는 성격도 많이 다듬어졌고, 조금 더 성숙한 상태였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게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빠르게 구별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남편감을 캐치하고 결혼 진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 남편 또한 나와 비슷한 상태였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오래 만났는데 느낌이 오지 않았다고 걱정하지 말자. 차차 다듬어져 결혼할만한 상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하지만 연애를 좀 해보고 결혼 적령기가 되어 누군가를 만났는데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고려해보는게 좋겠다. 나의 데이터베이스가 보내는 경고이니까. 경험에서 비롯된 직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